<특별기고>직장 내 괴롭힘 금지에 관한 근로기준법의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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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누리 변호사 박경훈

 국가인권위원회가 2017년에 실시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73%가 직장에서 괴롭힘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직장에서도 인간의 존엄은 보장되어야 한다.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면 될 일이다. 이를 위해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고 관련 절차를 규정한 개정 근로기준법이 시행된지 1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다. 개정 근로기준법에 따라 사업주이든 선후배이든, 동료든 직장에서의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하여 근로자를 괴롭히는 것이 금지되고 있다.
개정 근로기준법은 제76조 제2항에서, 직장에서의 지위나 관계 상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 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것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정의하고 있다. 다른 근로자에게 폭언을 하거나 반복적으로 개인 심부름을 시키는 행위를 예로 들 수 있다.
법 개정 당시,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는 폭행이나 성추행 등이 아니라 교묘한 방법으로 끈질기게 정신적으로 괴롭히는 것을 금지함으로써 근로 환경을 개선하여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의견이 있었다. 반면 법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도 있었다. 먼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기준이 애매하다는 것이다. 또한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했다는 이유로 해당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경우 사용자를 형사 처벌하는 규정은 있으나 괴롭히는 행위를 한 가해자를 처벌하는 규정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동안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규정함으로써 근로자를 괴롭히는 행위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게 할 수 있는 효과가 있으므로 가해자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개정법의 내용은 충분히 유용하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개정법 시행 후 한 달 동안 300건이 넘는 직장 내 괴롭힘에 관한 진정이 있었다고 한다. 개정법의 시행은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사회의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고 앞으로도 직장 분위기를 개선하는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근로기준법 개정 이후 1년에 못 미치는 시간이 흘렀지만 직장 내 괴롭힘을 없애기 위한 노력들이 조금씩 발견되어 다행스럽다. 이제는 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가해자에 대한 형사처벌 등 제재에 관해서 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앞으로 관련 판례가 누적되면 어느 정도 기준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근로기준법을 통해 앞으로 직장에서도 인간 존엄과 노동기본권이 확보되는 건강한 모습을 기대한다(문의 031-387-4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