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자만과 허영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자
경기헤럴드 기자 / rch2927@korea.com 입력 : 2019년 06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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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학박사 임종호
한 보고서에 의하면 2017년 기준으로 한국의 콩과 옥수수의 식량자급률은 22.0%와 3.3%이며 매년 서울 면적의 3분의 1 정도의 농지가 사라져 자본이 있어도 식량을 조달할 수 없는 ‘21세기 보릿고개’가 올 수 있다는 전망을 보고 어린 시절 본 농촌풍경이 떠올랐다.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에 모친을 따라 큰 댁 뒤에 있는 작은 비탈진 구릉으로 간 적이 있었는데 친구들과 묘둥지에서 놀면서 동네 어른들과 모친이 부지런히 나무와 풀을 뽑는 모습을 본 적이 있었다. 지금 생각하건데 그것이 개간이었다.
당시 부친은 공무원이었고 논과 밭이 좀 있어 먹고 사는데는 큰 어려움이 없었지만 육남매 교육을 위해서 모친은 농토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셨던 듯하다. 꽤 넓은 밭을 일구워 감자와 고구마 같은 구황작물을 심고 고추와 기타 작물을 재배하여 가계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도록 뜨거운 여름에도 김을 매는 모친의 모습이 불현듯 떠오른다.
그 시절 농사를 짓는 분들의 고충을 알았고 그분들의 알뜰함과 근면함에 존경심을 갖는 필자는 그때의 훈육덕분으로 쌀 한톨도 함부로 버리지 않고 생활에서 낭비와 소비를 잘 모르고 생활하고 있다. 그시절에는 상상도 하지 못할 배고품이 한 집 건너마다 있었다. 개간할 수 있는 땅은 모두 개간하여 농토로 변경할 정도로 농사지을 땅도 부족했다.
격세지감인지 지금은 노는 땅에 곡식보다 경관을 중시하는 문화가 팽배해 있다. 다양한 꽃을 심어 관광지로 개발하기도 하고 사진찍는 곳을 선정하여 지역경제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려하고 있다. 이러한 사업이 잘 되어 농사이상으로 이익이 있다면 누가 봐도 잘 한 일이라고 칭찬할것이다.
그러나 대부분 경관이 협소하고 관광지라 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정도이며 관리되지 않는 땅이라 그냥 꽃씨를 뿌려 보기 좋게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불과 40~50년 전에는 땅이 없어 개간을 하여 콩 하나라도 더 심을려는 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되었는데 이제 먹고살만하니 이렇게 넓은 땅에 꽃을 심어 자원을 낭비하는 것은 아닌가? 그동안의 평안함에 반성을 하게 되었다.
필자가 생활하는 지역의 봉사단체에서 야채와 감자 등을 심어 어려운 이웃에게 선사하는 등 함께하는 공동체사업을 전개하고 있는데 이들에게 이렇게 넓은 땅을 임대해 주면 더 많은 분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인데 하면서 아쉬운 마음이 가득했다.
경제성장으로 농사를 지을 사람이 없어 놀리는 농토도 있다하지만 공공사업으로 풀뽑기 등 비생산적인 사업에 투자하지 말고 지역에서 휴경지나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땅을 찾아 생산적인 공공사업으로 전개된다면 참여하는 분들에게도 사명감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는 시간 채우기식의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고 생산적인 사업전환으로 곡식과 식량의 중요성을 되찾아야 한다. 그동안 누려온 자만스러운 행복과 평온이 지속되리라는 법이 없으며 식량수출국에서 갑자기 수출을 금지시키면 우리에게는 먹고사는 것에 대한 해법이 없다.
전국의 휴경지를 활용한 식량자원자급에 눈을 돌려야 한다. 농작물 재배가 가능한 곳에 필요없는 예산으로 낭비성 행정을 지속하다가는 우리에게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우리의 자만과 허영이 과하면 언젠가는 크게 잃을 수도 있다. 우리가 먹는 채소와 곡식의 이름은 몰라도 꽃이름을 줄줄 외우는 현실에서 이제라도 마음으로부터 어려웠던 시절을 기억하자. |
경기헤럴드 기자 / rch2927@korea.com 입력 : 2019년 06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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