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산의 가치가 413억도 안되는가

수도권서부고속도로 사건 개요
수원~광명간 고속도로는 지난 2002년 말 처음 거론된 이후 2003년 1월 고려개발을 대표사로 한 건설사 컨소시엄(이하 고려개발)이 정부에 민자건설 승인요청서를 제출하면서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이어 건설교통부가 고려개발의 사업제안서에 따라 고속도로가 지나는 경기도 지역 5개 지자체에 관련 의견을 요구해오면서 언론 보도자료 등을 통해 이를 알게된 군포지역의 시민단체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사업제안서에 따르면 고속도로의 계획노선은 군포의 수리산 남단을 관통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4개의 터널이 뚫리고 도로에 인접한 문화재가 훼손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 반발하는 시민단체들의 주장. 이에 따라 2003년 7월 발족한 `수원∼광명간 고속도로 건설추진반대 군포지역 범시민대책위원회`(이하 범시민대책위)는 건설계획의 백지화를 천명하고 지자체와 고려개발 등에 다각적인 반대운동을 펼쳐오고 있다. 한편 건설교통부가 수도권의 교통난 해소를 골자로 하는 수도권 장기고속도로망 건설계획안(2005~2020년)을 마련하고 2005년 2월 이 구간을 민자사업유치로 확정하고 본격적인 사업에 착수하면서 2006년 말 민간투자심의위원회는 고려개발(외 14개 건설사)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이같은 결정에 범시민대책위는 고려개발이 제출한 사업제안서류 가운데 환경검토보고서가 허위라는 주장을 하면서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이후 군포시의 각 시민단체들은 시민토론회와 건설반대 시민서명운동을 전개하는 등 촉각을 곤두세웠고 군포시의회는 `수원~광명간 고속도로 건설 추진반대 결의안`을 채택하고 군포시에서도 건설 재검토를 촉구하는 공문을 여러차례 정부에 발송했다.
이후 지속적으로 접촉해온 범시민대책위와 고려개발은 2007년 5월 21일 환경영향평가 공동조사를 골자로 하는 1차합의서를 체결했다. 그러나 구제적인 내용이 담긴 2차합의서 체결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2008년 4월 고려개발이 단독으로 환경·교통 영향 평가서 초안을 제출하고 8월경 평가서 초안 공람 및 주민설명회를 개최하면서 시민단체들과의 마찰이 심화되고 있다.

군포의 심장부, 수리산
김정호의 『대동지지』에에 따르면 수리산의 `수리`는 독수리에서 비롯되었으며 이는 높다는 뜻을 지닌 우리 옛 말과도 관련이 있다. 또한 지도상으로 보면 수리산의 산줄기 능선이 독수리가 날개를 펴고 비상하는 형태를 보이고 있다. 작년 경기도 도립공원 지정후보지 가운데 우선순위 1위로 평가되어 도립공원으로 추진중인 수리산은 군포시의 유일한 자연서식처.
2006년 군포시 `자연생태계` 보고서에 따르면 수리산에는 20여개의 습지유형이 발견되었으며 1,854종의 동·식물과 천연기념물인 황조롱이, 소쩍새 등 법정 및 기타 보호동물 20여종이 확인됐다고 한다. 또한 2007년 성균관대의 조사결과에는 69과 189속 239종과 금강제비꽃 등 멸종위기식물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수리산을 통과하는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중 1.9Km 길이의 수리터널(편도4차선)은 17.94Km의 폭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넓은 터널로 꼽힌다. 수리터널의 서쪽으로는 서해안 고속도로와 연결되는 수암터널이 나온다. 남쪽으로는 순산터널과 팔곡터널이 이어진다. 영동고속도로 서쪽으로 이어지는 반월터널, 수리산 줄기 농남쪽의 능내터널, 감투봉 북쪽의 도장터널, 지하철 4호선에 뚫려있는 산본터널까지 모두 8개의 터널이 수리산을 관통하고 있다. 이렇게 수리산에 터널이 관통하면서 수리터널이 뚫린 산본2동 관모봉의 노랑바위 계곡에는 물이 말라버렸고 산본천 8곳의 지류 중 6곳의 물이 자취를 감춰버렸다. 또한 안양 병목안을 타고 이어지던 수암천 계곡도 하천 양쪽을 차단하고 있는 옹벽 탓에 지하수 유입이 차단되어 건천화가 진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앞으로 어떻게 진행되나
수원~광명 고속도로는 수원시 호매실동~광명시 소하동을 연결하는 총연장 26.3km(4~6차선)도로로 2013년까지 민간자본 1조800억원이 투입되는 사업으로 오는 10월 착공을 앞두고 있다. 건교부는 수도권 남부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조성되면서 교통체증이 극심해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도로건설을 추진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범시민대책위를 위시한 시민단체들은 종래 건설계획 백지화의 강경한 태도에서 우회도로 건설을 촉구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그러나 고려개발 측은 시민단체측이 제안한 노선으로 변경할 경우 사업비가 크게 증가하는 데다가 설계변경 등 사업계획에 차질이 생긴다면서 환경 훼손을 줄이기 위해 터널 2개소를 줄이고 수암동 거주민들의 민원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사업단의 변경 노선(2008)으로 확정지었다. 이같은 고려개발의 노선 검토 결과에 따르면 사업단이 선정한 노선은 27.60Km로 약 1조59억원이 소요되지만 군포시가 제안하고 있는 우회도로는 28.30Km로 700m가량 노선이 연장되며 사업비는 413억원이 증가한 1조 472억원이다. 이에 따라 시민단체들은 사업비가 크게 증가해 차질을 빚게 된다는 고려개발의 주장에 대해 "1조원이 넘는 사업비용에 4.1%밖에 안되는 증액비율을 가지고 크게 부풀리고 있다"면서 "28.30Km의 노선 가운데 고작 700m의 도로를 연장하지 않아 20년간 군포시의 심장부 역활을 해온 수리산이 훼손되는 것은 군포시민으로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하게 성토했다.
고려개발은 시민단체측의 반발에 대해 최초 제안 후 주변여견 변화 등을 충분히 고려해 사업계획을 조정했다면서 친환경터널로 산림훼손 등 환경피해를 최소화한다는 방침이지만 시민단체들은 근본적으로 고속도로가 수리산을 지나지 않게 한다는 의지를 확고히 천명함으로써 갈등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