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종호 전 교육장 만나다.

선인들의 사상이나 문화를 통해서 우리는 그 슬기와 지혜를 본받고 현실에 적응시키며 윤리와 관습의 기조를 자연스럽게 따른다. 뿌리가 깊고 튼튼한 나무가 오래가듯이 조상의 음덕이 크고 넓으면 그 자손에게 미치는 후광이 오래간다. 대대손손 내려오는 집안의 가풍이나 가훈을 통해서 은혜로움이 더하는 것은 그만큼 조상의 음덕이 교훈적이고 윤리적이기 때문이다. 조상의 음덕에 감읍하여 그 은혜로움을 기리고 평생을 베풀면서 후진양성과 올바른 문화를 위해서 열과 성을 다하는 송종호 전 교육장을 만났다.

전쟁도 피해간 음덕

그는 충북 옥천에서 대 지주이면서 양반집 대가의 7대 종손으로 태어났다. 선조로 우암 송시열을 두었고, 선친은 국립중앙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는 <우리나라 도자기와 가마터>,<우리말 속담 큰 사전> 등 수십 권의 책을 저술한 송재선 학자이다.

그는 학문이 높은 양반집안의 종손이었으므로 부모님과 집안의 어른들로부터 매우 엄한 인성 교육을 받으며 성장했다. 특히 어른에 대한 공경과 충효교육은 장손인 그에게 더욱 철저하게 이루어졌다. 그래서 한 살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친구또래의 삼촌에게 깍듯이 어른 대우 하느라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언제나 풍족했고 자랑스러운 가문을 가진 그는 어렸을 때 공부는 언제나 1등이어도 밖에서 싸움을 자주하는 과격하고 날카로운 소년이었다.

공부를 잘한 그는 당시 입학하기 힘든 청주 사범대에 들어갔고, 학기 중 6.25 전쟁을 만난 것은 그가 18세 되던 해였다.

학교는 휴교령이 내려지고 모두 피난을 가는데 신작로는 군인들이 길을 메워서 가지 못하고 피난민들은 갑자기 뛰쳐나와 여기저기 난립이었다. 그런 가운데 대 지주였던 그의 집안은 반동이라 불리어 숙청대상이 될 판에 동네 사람들이 감싸고 만류하여 무사했다. 역시 송이사장도 강제징집 의용군에 입대 시키려고 내무서원이 왔는데도 마을 사람들의 보호로 붙들려가지 않았다.

그때 송종호 이사장은 조부모와 선친께서 고을 사람들에게 많은 공덕을 쌓았고 그 은덕이 자신과 가문에 큰 은혜로 돌아왔다는 것을 알았다.

할머니와 어머니는 밥할 때 마다 쌀 한 줌씩 떠서 모아났다가 가난한 사람에게 나누어주는 덕을 베풀고, 조부께서는 방아를 찧을 때마다 기계에 끼인 쌀은 꺼내서 남에게 나누어주는 공덕을 베풀었다. 작은 일에도 이웃을 생각하는 조부모와 선친의 나눔의 실천이 마을 사람들의 순박한 가슴에 사랑을 심었고 그 꽃이 6.25 때 송이사장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향기를 내었던 것이다.

그 이후 그는 ‘사람은 덕(德)을 쌓아야 한다.’는 큰 가르침을 얻고 단 한 번도 싸운 적이 없다. 또한 그 교훈은 훗날 공무집행에 있어서도 불의에 타협하지 않고 냉철한 이성으로 흔들림 없는 일관된 행정을 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제자의 꿈을 키워주는 스승상을 세워

그가 사범대를 졸업하고 첫 부임지로 서울삼광초등학교에 발령을 받았다.

교원이 되고 보니 정의롭지 못한 일들이 많고 서로 6학년 담임을 맡으려고 선생님들끼리 갈등이 심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공적으로 용납되지 않는 일과 정의로운 송이사장과의 외로운 싸움은 상당히 오랫동안 이어졌다. 그리고 언제나 정의의 편에서 학생 입장에서만 생각하고 생활했던 그는 두 번째 부임지 청량초등학교로 가게 되었다.

청량초등학교에서는 교장선생님이 올곧은 그의 성품을 잘 보고 인정하여 6학년 담임을 5년이나 맡게 해주었다. 지금처럼 무시험이 아니었던 그 당시는 중학 입학시험이 대입 수능만큼이이나 큰 비중이 있었다. 그는 입시문제를 손수 만들어 등사기에 밀어서 반 학생들에게 보급하고 다른 반 학생들에게도 나누어 주었다. 그런 그의 봉사는 헛되지 않고 아이들 진학 성적으로 나타났다. 담임을 맡은 아이들은 물론이고 6학년 전체의 진학 성적은 그가 있음으로 해서 괄목하게 나타났다.

그러나 그는 새 교장이 부임되고 면목초등학교로 다시 발령받아 전출되었다. 당시는 순환 근무제가 아니라 오랫동안 한 곳에 머무르는 선생님이 많았는데 언제나 공적이고 정의로웠던 그는 자주 전출되어 옮겨 다녔다. 덕분에 그의 열정과 실력을 공고히 보일 수 있는 기회를 많이 가졌다.

면목초등학교는 면목동에서도 2킬로미터나 걸어야 하고, 학급 수도 1학년만 두 학급. 나머지 학년은 겨우 한 학급씩 있었다. 작은 학교에서 아이들 입학 성적은 큰 학교에서보다 더 두드러졌고 입학시험이 끝나고 나면 항상 축제분위였다.

황혼을 아름답게 물들이다

그가 있는 곳에 열정과 정의와 사랑을 심고 나눔이 함께하도록 배려한 그의 생활철학은 빛나기 시작했다.

서대문구에서 시청각교육을 위해 선생님교육을 담당하는 회장을 맡기도 하고, 한국일보사 소년한국일보  편집위원으로 위촉되기도 했다 그렇게 어디서나 진실하게 최선을 다하던 그는 39세에 교감이 되었다. 교감 1년 만에 서울시 과학담당 장학사로 가서 학교교구설비기준 및 학습자료 기준표를 만드는데 크게 기여했다. 뿐만 아니라 학교에 과학실험실을 만들도록 법적 보장을 받아 서울시 200여 공립학교에 과학실험실을 만들게 했다.

그의 명성과 실력은 해가 거듭 할수록 높아갔다.

그는 “서울시내 최고 악질!, 돈으로 해결 안 되고 인정사정없는 독사!, 호랑이!” 등의 별명을 얻으면서 장학사, 감사, 서울시 인사담당 장학관, 교장, 서울시 동부 교육장까지 역임했다. 남다른 그의 화려한 경력은 오직 그의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청청한 성격과 성실한 삶에 대한 열정의 땀방울일 것이다.

퇴임 후에도 그는 성오장학회 이사장을 맡아 군포시 인재양성을 위해 장학기금을 알뜰하게 운용하고 노인대학 학장으로, 지역에 봉사하고 나라 사랑하는 새로운 노년문화의 패러다임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는 <단군신화>,<개천절>,<태극기>,<애국가>,<무궁화>,<참다운 국민>,<전통 관혼상제> 등 여러 책자들을 손수 저술하여 노인대학에서 강의하고 있다. 그것은 고령화 시대로 치달으면서 산업발전과 문화발전의 병행으로 평균수명도 높아지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건강과 열정이 대다수 노인들에게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강의 취지를

“나 개인보다 국가를 먼저 생각하고, 아름다운 전통문화는 계승 발전시켜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것을 제대로 알고 나라사랑하는 마음을 가져야합니다. 그리고 어른으로서 젊은이들에게 그런 모범을 보여주고 귀감이 될 때 존경받습니다. 또 봉사를 통해서 지역을 사랑하고 이웃에 대한 관심과 나눔으로 젊은이들과 함께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다 함께 가는 건강한 도시. 건강한 대한민국입니다.”라고 말한다.

조상의 음덕(陰德)을 깨닫고 그 은덕(恩德)을 기리기 위해 평생 올곧고 정의롭게 살아온 그의 삶이야말로 어두운 곳에 희망의 빛이 되고 후손에게 존경과 사랑받는 음덕(陰德)이 분명하다.

송종호 약력

충북 출생
청주사범대학졸업
장학사, 장학관 역임
교장역임
서울시동부교육청 교육장
과학학력경진대회 관리위원
제6회 과학경진대회 지학분야 출제위원
월간사진 추대작가 지명
소년한국일보 편집위원
서울평생교우회 회장
성호장학회 이사장
수봉노인대학 학장

국무총리상
서울교육상 수상
국민훈장 동백장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