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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기헤럴드 |
경기해럴드 고문 유중희 시대가 바뀌고 있습니다. 어머니께서 정성껏 차린 차례상 사진을 여자 친구에게 보냈더니 헤어지자는 문자가 바로 왔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습니다. 웃어넘기기엔 씁쓸한 이야기지만, 전통은 사라지고 편리함을 추구하는 시대가 된 것만은 분명합니다. 젊은 여성들에게 명절과 제사는 이제 스트레스의 주요 원인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래서 장남에게 시집가는 것을 꺼리는 경향도 생겼습니다. 명절은 가족들이 오랜만에 모여 화목해야 할 날인데, 오히려 부부싸움이 잦아지고 심지어 이혼까지 많이 발생하는 시기라는 안타까운 말도 들립니다. 명절은 주로 가족들이 모여 제사를 지내는 행사가 중심입니다. 제사는 주자학과 함께 우리나라에 들어왔고, 조선시대에 유교가 국교로 자리 잡으면서 민간에도 널리 퍼졌습니다. 하지만 제사는 불교나 기독교 같은 다른 종교와 갈등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조선시대 송시열 시절에는 제사 방식을 둘러싼 논쟁으로 조정이 시끄러웠고, 많은 인재가 귀양을 가거나 목숨을 잃기까지 했습니다. 조선 전기까지는 '출가외인'이라는 개념이 없어 남녀 구분 없이 돌아가며 제사를 지냈다고 합니다. 기혼 남성이 돌아가신 아버지의 제사를 지내기 위해 시집간 누나의 집을 찾아가는 일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조선 중기 이후 유교적 제사 관습에 따라 장남이 아버지 재산의 3분의 2를 상속받고, 나머지 형제들이 나누는 방식이 자리 잡았습니다. 이 역시 남아선호 사상의 영향을 받은 것입니다. 조선시대나 현대 핵가족화 이전에는 제사가 출세나 생계, 상속 문제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선대의 땅과 노비를 물려받는 합법적 명분이 바로 '제사를 잇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제사는 유교와 성리학에서 시작된 의식이라고 하지만, 정작 그 발상지인 중국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의식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제사 방식은 지역이나 집안에 따라 제각각입니다. 제사의 의미는 조상숭배 사상에서 동학 이후에는 후손들이 잘되기를 바라는 의식으로 변모했다고 합니다. 따라서 돌아가신 분의 마지막 날을 기념하며 가족들을 한자리에 모으고, 정성껏 준비한 음식을 함께 나누며 가족의 우애를 다지는 것이 제사의 본질입니다. 학계에서는 현재 제사를 지내는 목적이 조상숭배보다는 친척 간의 관계 유지와 전통적 관례에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최근 upinews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뷰'에 의뢰해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의 35.7%가 '차례를 지내지 않는다'라고 응답했습니다. 국민 세 명 중 한 명은 추석에 차례를 지내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최근에는 제사상 차리기를 거부하는 '며느리 파업' 사례도 생기고 있으며, 제사상을 대신 차려주는 업체에 맡기는 가정도 늘고 있습니다. 아예 제사를 중단하는 예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변화는 개혁보다 개선이 더 쉽습니다. 몇 발짝 앞서가기보다는 반걸음이나 한 걸음 앞서가면 충분합니다. 변화의 방향은 편리하면서도 젊은 세대가 받아들일 수 있는 쪽이면 됩니다. 세상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각 가정의 형편에 맞게 어른과 며느리의 입장을 함께 헤아리며 좋고 편리한 방안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 집의 제사 문화도 조금씩 개선해 보았습니다. 기제사는 우리가 모아서 한식날 지내고, 설은 큰 며느리가, 추석은 작은 며느리가 준비하도록 했습니다. 설 때 작은아들은 형 집에 와서 제사를 지내도 좋고, 여행을 가도 좋다고 허용했고, 추석은 마찬가지로 큰애들이 동생 집에 참석해도 되고, 여행을 가도 좋다고 허락해 주었습니다. 이에 대해 두 며느리가 공식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이 내용을 아는 주변의 다른 며느리들이 남들보다 한발 앞서 며느리의 고충을 덜어주는 시부모라고 부러워하더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