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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기헤럴드 |
시인 김종두
대한민국의 안보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국가의 존립을 지키는 일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고, 군의 사명 앞에는 정파적 이해관계가 있어서도 안 된다. 국가안보는 정권의 소유물이 아니며, 군은 어느 정당의 군대도 아니다. 대한민국의 안보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 그리고 다음 세대의 미래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를 바라보면 과연 국가안보를 최우선 가치로 여기고 있는지 답답하기만 하다. 북한의 군사적 위협은 계속되고, 남북 간 긴장은 쉽게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데, 정작 우리 내부에서는 안보를 둘러싼 불신과 정치적 대립은 깊어만 가고 있다.
외부의 위협보다 더 두려운 것은 위협에 대응해야 할 국가 내부의 원칙과 신뢰가 무너지는 일이다.
지금이야말로 대한민국 안보의 현실을 냉정하게 돌아보고,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바로잡아야 하는지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한 때다.
북한은 남북 관계를 적대적인 국가 간 관계로 규정하고, 군사분계선 일대의 방벽 설치와 지뢰 매설, 도로 차단 및 각종 군사시설 보강 등의 조치를 이어가고 있다. 전방에서 진행되는 발파작업 역시 그 목적과 군사적 의미를 면밀히 분석해야 할 사안이다.
이러한 움직임을 단순히 북한 내부의 정책 변화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북한이 남북 간 연결을 차단하고 군사적 경계 태세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우발적 충돌의 위험은 커질 수 있다. 특히 군사분계선 일대의 긴장 고조는 작은 오판 하나가 심각한 군사적 충돌로 번질 수 있다는 점에서 결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물론 북한의 모든 행동에 감정적으로 대응하거나 불필요하게 긴장을 고조시키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그러나 평화를 지키겠다는 의지가 상대방의 도발에 대한 소극적 대응이나 일방적인 기대에 머물러서도 안 된다.
평화는 상대방의 선의에 기대어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도발을 억제할 수 있는 확고한 방위 태세와 위기관리 능력 위에서만 지켜지는 것이다.
정부는 북한의 군사적 움직임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도발의 징후를 조기에 포착할 수 있는 감시·정찰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 동시에 군사적 대응의 원칙과 절차를 명확히 하고, 국민에게는 확인된 사실을 토대로 안보 상황을 투명하게 설명해야 한다.
강한 군대는 무조건 강경한 발언을 쏟아내는 군대가 아니다. 적의 의도를 정확히 판단하고, 도발에는 단호하게 대응하며, 불필요한 전쟁을 예방할 수 있는 군대다.
정치권에 요구한다.
오늘날 우리 정치의 가장 심각한 문제 가운데 하나는 상대방을 경쟁자로 인정하지 않고 제거해야 할 적처럼 대하는 정치풍토다.
여야는 국가의 미래를 놓고 경쟁하는 정치세력이다. 정책과 이념이 다를 수 있고, 국정 운영에 대한 판단이 다를 수도 있다. 그러나 차이를 인정하고 타협점을 찾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본이다.
그런데 상대 정당을 향해 쏟아내는 극단적인 언어와 적대적 표현은 정치적 갈등을 넘어 국민의 불신과 혐오를 부추기고 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이러한 대립이 국가안보와 군의 문제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안보는 정치적 유불리를 따져 선택적으로 지켜야 할 가치가 아니다.
군의 잘못은 진영과 관계없이 비판해야 하고, 군의 정당한 임무 수행은 정파를 넘어 존중해야 한다. 북한의 위협에 대한 대응 역시 정권의 성향에 따라 달라져서는 안 된다.
안보를 정쟁의 도구로 사용하는 순간, 국가는 하나의 목소리를 내기 어려워지고 북한의 남남갈등이라는 전략에 이용당할 수 있다.
정치인은 상대방을 비난하기 전에 그 비난이 국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먼저 생각하라. 정치적 승리를 위해 국민의 불안을 자극하기보다,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을 제시하라.
국가안보에 관한 문제만큼은 여야가 최소한의 공동 원칙을 마련해야 한다. 군의 정치적 중립성, 장병의 안전, 확고한 방위 태세, 정확한 정보에 기초한 위기관리만큼은 정권이 바뀌어도 유지되어야 할 국가적 기준이다.
정치인은 선거에서 승리해야 하겠지만, 또한 국가 지도자로서 국민과 국가를 지키기 위해 존재한다.
정치권이 이를 잊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현대전의 양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병력과 화력의 규모가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였다면, 오늘날에는 여기에 더해 감시·정찰 능력, 정보 분석, 지휘통제체계, 정밀타격 능력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적의 움직임을 얼마나 빨리 파악하고, 정확한 정보를 얼마나 신속하게 지휘관에게 전달하며, 그 정보를 실제 작전에 얼마나 효과적으로 활용하느냐가 전투력의 중요한 기준이 된 것이다.
우리 군이 군사정보위성을 확보하고 감시·정찰 역량을 강화하는 것도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고가의 첨단장비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강군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위성에서 수집한 정보를 분석하는 인력, 관련 정보를 통합하는 체계, 현장 부대에 신속하게 전달하는 지휘통제망, 정보를 실제 작전에 활용하는 절차가 함께 갖춰져야 한다.
군사정보위성의 활용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다면, 구체적으로 무엇이 문제인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위성의 운용 능력 문제인지, 정보 분석 인력의 부족인지, 관련 체계 간 연계 문제인지, 아니면 작전상의 제한인지 객관적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위성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홍보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실제로 북한의 군사적 움직임을 얼마나 정확하게 파악하고, 위협 징후를 얼마나 신속하게 식별하며, 유사시 얼마나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성과를 평가해야 한다.
첨단무기의 가치는 보유 대수가 아니라, 그것이 실제 전투력으로 연결되는 정도에 의해 결정된다.
안보에는 여야가 없고, 장병의 생명에는 정파가 없으며, 국가의 미래에는 정치적 보복이 있어서는 안 된다.
오늘의 안보를 지키는 일이 내일의 대한민국을 지키는 일이며, 지금 우리에게 절실한 것은 더 큰 목소리가 아니라 더 강한 국가임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