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큰 바이올린니스트 한안젤라에게

문학박사 한병선
사랑하는 딸 한안젤라!
오늘은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들었던 바흐(Bach)가 다시 듣고 싶구나. 어제는 파가니니(Paganini) 카프리스와 차이코프스키(Tchaikovsky) D메이저 콘체르토였지? 특히 1악장 카덴짜 부분에서는 머리카락이 설 정도로 감동적이었다.
아비는 안젤라의 바이올린 소리를 들을 때가 가장 행복할 때란다. 네가 연습하는 것만 들어도 기분이 좋고 세상 근심이 일시에 사라지니까. 마치 마법에 걸린 사람처럼 말이다. 이 뿐만이 아니란다. 아비는 종종 네 모습을 반추하는 즐거움을 만끽하기도 한단다. 한번 다시 추억해볼까? 초등학교 시절, 전국학생콩쿨에서 금상과 장학금을 수상했던 모습, ‘한미콩쿨’ 입상 때의 모습, 중학교 2학년 때였던가? 멘델스존(Mendelssohn) 콘체르토 전 악장을 완주했을 때의 모습들을 말이다. 특히 미사 때의 연주모습은 아직도 귓가에 생생하다. 많은 사람들이 묵상하는 가운데 울려 퍼지던 너의 바이올린 선율은 마치 천상에서 들려오는 천사의 목소리처럼 아름다웠단다.
참, 아쉬웠던 점도 있었지? 대학이 주최하는 콩쿨에서 네가 전체 대상(大賞) 심사에 들어갔음에도 사정상 참여할 수 없었던 일, 그래서 현악부문 1위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던 사건 말이다. 생각할수록 너무 아쉽단다. 물론 1등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성취지만 전체 대상까지 차지했다면 얼마나 좋았겠니? 얼마 전 교수 음악회에서도 제1바이올린으로 네 몫을 잘 해내는 모습 역시 대견했다.
사랑하는 딸 한안젤라!
모든 공부가 다 어렵지만 음악공부를 한다는 것이 그 어느 공부보다 어렵고 힘들다는 것을 너를 통해 새삼스럽게 깨닫고 있단다. 그럼에도 아비는 네가 좋아하는 음악과 바이올린을 공부하는 모습이 대견스럽고 고마울 뿐이다. 때론 레슨 선생님께 혼나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기도 하지만 네가 더 잘할 수 있도록 단련되어지는 과정으로 이해한단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학과 공부와 휴일도 없이 레슨을 병행해야 되는 상황이 안쓰러울 뿐이다. 그래도 너는 이 아비의 딸이니까 잘 참고 견뎌 내리라 생각한다.
그러고 보니 이제 너의 협연이 얼마 남지 않았구나. 차질 없이 준비해서 꼭 성공적인 연주가 되었으면 좋겠다. 어쨌든 너는 음악이라는 좋은 달란트를 받았고 그 달란트를 세상과 함께 나누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네가 훌륭한 바이올린니스트가 되는 것도 좋지만 음악을 통해 세상은 물론 주변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의미란다.
사랑하는 한안젤라!
끝으로 너에게 들려주고 싶은 얘기가 있다. 어미와 아비는 항상 너를 믿고 지지한단다. 또한 네 곁에는 항상 우리 가족이 함께 한다는 것을 기억해주기 바란다. 때론 말 못할 고민들도 있겠지만 잘 극복하리라 믿는다. 그리고 ‘마음이 아름다워야 음악이 아름답다’는 생각을 지녔으면 좋겠다. ‘예술은 마음의 표현’이니까. 그렇다면 분명 마음이 예뻐야 아름다운 음악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것이겠지?
그래 지금까지 잘 해왔듯이 앞으로도 잘 할 것으로 믿는다. 아비가 부족한 부분들이 많지만 그래도 너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사실도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다. 다시 한번 고맙게 생각한다. 너의 앞날에 항상 하나님의 축복이 가득하길 기원하며 사랑한다. 많이 부족한 아비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