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경기헤럴드 |
법무법인 누리 대표변호사 하만영 채권자가 채무자의 대금채권을 가압류한 뒤 채무자와 제3채무자가 계약을 합의해제했다면, 제3채무자는 채권자에게 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할 수 있을까? 원칙적으로 없다. A회사(채무자)는 시행 중이던 바이오가스 발전 사업을 B회사(피고·제3채무자)에게 8억5,000만 원에 양도하기로 계약했다. A회사에 돈을 받을 권리가 있던 C씨(원고·채권자)는 A회사가 B회사에게서 받을 사업 대금 중 3억 5,000만 원을 가압류했다. 이후 가압류를 본압류로 이전하는 채권압류·추심명령을 받았다. C씨가 B회사에 양도대금 지급을 청구하자 B회사는 “가압류 이후 A회사와 사업 양수계약을 합의해제하여 채무가 소멸했다”고 주장했다. 1심은 B회사와 A회사가 아무런 합리적 이유 없이 양도대금 채권을 없앨 목적으로 계약을 해제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C씨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항소심 결론도 같았다. 가압류 후에도 계약 당사자들이 합리적인 이유로 계약을 합의해제했다면, B 회사는 그에 따른 채권 소멸을 C씨에게 주장할 수 있다는 기존 대법원 판례에 따른 판단이었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26년 9월 29일 A회사의 채권자 C씨(원고)가 사업 양수인 B회사(피고)를 상대로 낸 추심금 청구 소송에서 C씨 패소로 판단한 원심을 관여 대법관 11명 전원 일치 의견으로 파기하고 사건을 울산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2023다275578). 대법원은 기존 판례를 변경했다. 채권압류·가압류 이후 채무자와 제3채무자가 계약을 합의해제하거나 합의해지했다면, 제3채무자는 원칙적으로 채권자에게 대금채권이 사라졌다고 주장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법정해제나 약정해제 등 계약을 소멸시킬 별도 사유의 요건을 갖추고 합의해제 형식만 취한 경우에는 예외가 인정된다. 대법원은 “합의해제 법리는 A회사와 B회사의 사후적 합의로 인해 C씨 등 채권자들이 압류의 처분금지효를 신뢰해 투입한 시간과 비용, 노력을 무위로 돌릴 수 있다”며 “압류 제도의 취지, 압류와 합의해제의 시간적 선후관계, 위험을 만들고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등을 고려하면 합의해제로 생긴 위험은 C씨와 A회사 사이에서 원칙적으로 A회사가 부담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또한 “C씨와 B회사 사이에서도 합의해제로 인한 위험은 원칙적으로 합의해제에 참여한 B회사가 부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판결은 채권압류 후 합의해제의 대항력에 관한 원칙과 예외를 전환함으로써, 압류재산의 현금화를 통한 채권 만족이라는 강제집행 제도의 목적 및 압류채권자의 이익을 압류재산에 대한 채무자의 처분의 자유보다 우선해 보호하고, 구체적 타당성을 도모했다는데 의미가 있다(상담 문의 031-387-49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