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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기헤럴드 |
시인 김종두
우리는 누구나 인생을 살아가면서 수많은 날을 만난다. 행복하면서 기쁜 날도 있고, 어떤 날에는 마음 한편이 버겁고 우울할 때도 있다. 그렇지만 뒤돌아보면 우리의 삶을 정말 따뜻하게 만들어 주는 것은 거창한 성공이나 특별한 일이 아니라, 가족과 함께 웃고 걷고 이야기를 나누었던 평범한 하루인지도 모른다.
며칠 전 수원에 사는 막내아들의 생일을 맞아 가족이 한자리에 모였다. 밖에 나가 식당에서 사 먹일까 하다가 막내아들이 좋아하는 김치찌개를 준비, 함께 나누며 웃음꽃을 피웠다. 식사를 마친 뒤에는 모처럼 가족과 함께 가을 길을 걸었다.
아직 햇살에는 여름의 기세가 남아 있었지만, 얼굴을 스치는 바람은 분명 달라져 있었다. 서늘한 바람 끝에는 어느새 가을의 향기가 묻어 있었고, 그 바람은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계절의 변화를 조용히 알려주고 있었다.
천천히 길을 걸으며 주변을 바라보았다.
여름꽃과 풀잎들은 계절이 바뀌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여전히 저마다의 모습으로 푸르름을 뽐내고 있었다. 계절은 그렇게 소리 없이 변하고 있었지만, 자연은 계절에 맞게 피어날 때 피어나고, 푸르러야 할 때 푸르고, 때가 되면 조용히 많은 것을 내려놓는다.
그 모습을 바라보다 문득 우리의 삶도 자연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젊은 시절에는 무엇이든 이루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성급하게 앞만 보고 달려왔다. 더 많이 갖기 위해 애쓰고, 더 높은 곳에 오르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뒤돌아보니 세월은 참 빠르게 흘러가 있었다.
이제는 욕심을 내려놓고 조금 천천히 걸어도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가을 하늘은 티 없이 높고 푸르렀다. 그 푸른 하늘 위로 하얀 구름이 두둥실 떠서 어디론가 흘러가고 있었다.
구름은 목적지를 정해 놓고 서두르지 않는다. 바람이 이끄는 대로 흘러가면서도 자신의 모습을 잃지 않는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나도 저 구름처럼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아오면서 짊어졌던 수많은 걱정과 욕심, 미련과 아쉬움을 이제는 조금씩 내려놓고 싶다. 모든 것을 내 뜻대로 하려고 욕심을 부리기보다 때로는 자연의 순리를 받아들이며, 조금은 편안한 마음으로 삶을 바라보고 싶다.
행복은 어쩌면 멀리 있는 것이 아닐 것이다. 가족과 함께 따뜻한 밥 한 끼를 나누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가을바람을 맞으며 길을 걷는 것. 그리고 계절이 바뀌는 길목에서 자연과 자연스럽게 동화되어 보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삶이 아닐까. 우리는 흔히 행복을 특별한 날에 특별한 곳에서 찾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행복은 특별한 곳에 숨어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평범한 일상에 조용히 머물러 있는지도 모른다.
가족의 웃음소리 속에 있고, 따뜻한 밥 한 끼 속에 있으며, 계절의 변화를 느끼며 걷는 한 걸음 한 걸음 속에 있다.
막내아들의 생일을 함께 축하하고 가을 길을 걸었던 그날, 나는 새삼 삶의 소중함을 느꼈다.
세월은 앞으로도 흘러갈 것이다. 여름이 지나면 가을이 오고, 가을이 지나면 겨울이 찾아올 것이다. 우리 인생에도 수많은 계절이 찾아왔다가 지나갈 것이다.
그러나 계절이 바뀌는 것을 아쉬워하기보다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살아가고 싶다.
오늘 함께 웃을 수 있는 가족이 있다면 감사하고, 함께 걸을 수 있는 길이 있다면 행복하며, 바라볼 수 있는 푸른 하늘이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가을바람이 살며시 불어온다.
나는 그 바람에 마음의 무거운 짐 하나를 내려놓는다.
그리고 오늘의 행복을 가슴에 담아본다.
아들의 생일을 축하하고, 가족과 함께 가을 길을 걸었던 오늘.
돌아보면 참 소박하지만, 그래서 더욱 아름답고 행복한 하루였다.
가을 길을 걸으며
막내아들 생일날
함께 음식을 나누며 웃음꽃 피우고
모처럼 가족과 함께 가을 길에 나섭니다.
아직 햇살은 여름의 기세를 품고 있지만
서늘한 바람에는 어느새
가을의 향기가 온몸을 휘감아 돕니다.
가을 길을 서서히 걷다 보니
여름꽃과 풀잎들은 계절을 아는지 모르는지
저마다의 자태로 푸르름을 빛내고 있습니다.
고개 들어 바라본 가을하늘은
티 없이 높으며 푸른 캠퍼스가 되고
맑은 구름은 두둥실두둥실 흘러갑니다.
저 구름처럼 삶의 무거운 짐 내려놓고
가을바람이 데려가는 대로
조금은 편안하게 살아가고 싶습니다.
아들의 생일을 함께 축하하고
가을바람 속을 걸었던 오늘,
참 소박하고 행복한 하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