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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기헤럴드 |
시인 김종두
최근 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합 문제가 국방 분야의 주요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통합의 취지는 분명하다. 현대전은 어느 한 군의 힘만으로 수행할 수 없는 합동전의 시대이며, 육·해·공군을 넘어 우주·사이버·전자전까지 유기적으로 결합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래의 지휘관들이 생도 시절부터 서로의 군을 이해하고 합동작전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주장에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그러나 합동성을 강화하기 위해 반드시 사관학교를 하나로 통합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는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육군과 해군, 공군은 동일한 군복을 입는 조직이지만 임무와 전장 환경, 무기체계와 작전개념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육군은 지상전과 기동·화력전, 해군은 해양통제와 함대작전, 공군은 항공·방공작전을 핵심으로 한다. 이러한 군별 특성과 전문성은 수십 년간 축적된 군사문화와 교육체계를 통해 형성된다.
사관학교는 단순히 장교를 배출하는 교육기관이 아니다. 각 군의 정체성과 전문성을 처음으로 형성하는 요람이다. 생도 시절부터 자신이 어떤 군의 장교가 될 것인지 명확히 인식하고 그에 필요한 기본 소양과 전문성을 갖추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지나친 통합은 자칫 군별 전문성을 약화시키거나 각 군의 고유한 정체성을 희석시킬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면 합동성은 어떻게 강화해야 하는가.
필자는 사관학교 자체를 통합하기보다 장교 교육과정을 단계적으로 통합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싶다.
우선 육사·해사·공사는 현재와 같이 각각 운영하면서 생도와 초급장교 시절에는 각 군의 전문교육을 충실히 실시해야 한다. 그리고 장교가 일정한 실무경험을 쌓고 소령으로 진급하는 시점부터 본격적인 합동교육을 실시하는 것이다.
현재 각 군의 대학 과정이 있다면 이를 한 단계 발전시켜 가칭 ‘국군합동전력과정’을 운영할 수 있다. 육·해·공군 소령급 장교들이 함께 교육받으면서 상대 군의 전력과 작전개념을 이해하고, 하나의 전장에서 각 군의 전력을 어떻게 통합 운용할 것인지 연구하도록 하는 것이다.
교육 내용도 단순한 이론교육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합동작전계획 수립, 합동화력 운용, 정보·감시·정찰, 지휘통제, 우주·사이버·전자전, 인공지능을 활용한 미래전, 한미연합작전 등을 중심으로 실제 전쟁 상황을 가정한 워게임과 토론식 교육을 확대해야 한다.
이렇게 한다면 장교들은 초급장교 시절에는 ‘내 군의 전문가’가 되고, 소령 이후에는 ‘국군 전체를 바라보는 합동전력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다.
오히려 이러한 방식이 현대 군사교육의 단계에도 부합한다. 20대 생도 시절에는 군별 전문성과 정체성을 확립하고, 30대 중견 장교가 되면서 다른 군의 전력을 이해하고 합동작전을 설계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다. 이후 중령·대령급에서는 합동참모본부와 국방부, 각종 합동·연합 교육을 통해 국가 차원의 전략적 사고를 키워 나가는 체계가 필요하다.
결국 중요한 것은 사관학교 건물을 하나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장교들의 사고방식을 하나로 만드는 것이다.
육·해·공군이 각각 존재하는 이유는 서로 다른 전장과 임무에 최적화된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반면 전쟁이 시작되면 그 모든 전력은 하나의 국가전략 아래 움직여야 한다. 그렇다면 해법은 전문성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전문성을 유지하면서 그것을 하나의 전투력으로 결집시키는 것이어야 한다.
물론 사관학교 간 교류는 지금보다 훨씬 강화할 필요가 있다. 생도 단계에서부터 일정 기간 공동교육과 합동훈련을 실시하고, 각 군 사관학교 간 교수·생도 교류와 합동 체육·전술훈련 등을 확대한다면 군별 특성을 유지하면서도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다.
사관학교는 각 군의 뿌리로 남겨두되, 장교 교육의 중요한 단계에서 국군 전체를 하나로 묶는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조직개편이 아니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급변하는 안보환경, AI와 무인체계가 주도하는 미래전에서 싸워 이길 수 있는 군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따라서 사관학교 통합 논의도 찬반의 논리를 넘어 “어떤 교육체계가 대한민국 장교를 가장 강한 합동전력 지휘관으로 만들어 줄 것인가”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육군은 육군답게, 해군은 해군답게, 공군은 공군답게 강하게 만들되, 전쟁에서는 하나의 국군으로 움직이게 하는 것.
필자는 그것이 군별 전문성과 합동성을 동시에 살리는 보다 현실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해법이라고 생각한다. 사관학교의 통합보다 먼저 고민해야 할 것은 ‘합동 교육의 통합’이다. 전문성을 지키면서 합동성을 강화하는 것, 그것이 미래 대한민국 국방이 가야 할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