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과 에세이> 치타와 강인함과 연약함
박혜리 기자 / rumiya515@gmail.com 입력 : 2025년 06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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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기헤럴드 |
시인‧논설위원 박혜리
치타는 시속 약 110km까지 달릴 수 있다. 보통은 가속도를 내며 최고 속도에 도달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속도가 빠를수록 시간이 걸린다. 치타는 고작 3초 만에 시속 100km에 도달할 수 있다. 유연하고 긴 척추로 등과 허리를 접었다 폈다 하며 넓은 보폭으로 시원시원하게 달린다. 명실상부 치타는 세상에서 가장 빠른 육상 동물이다. 고양잇과 동물답게 치타는 육식동물이고 사냥감을 사냥하여 잡아먹는 맹수다. 주로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 지역에 분포하고 있으며 고양잇과 치타 속 유일한 현존 종이다. 암컷은 대부분 단독생활을 하지만 수컷의 경우 형제간 결속력이 강력해서 소규모로 무리를 지어 다닌다. 영양이나 임팔라, 가젤 등 작은 사슴류를 주로 먹는다. 빠른 것에 자신이 있는 만큼 주로 질주로 추격하여 사냥한다. 다른 고양잇과 동물과 달리 야행성이 아니라 주행성이다. 누구보다 빠른 맹수지만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치타는 빠른 스피드의 대가로 얻는 열을 발산하지 못한다. 오래 뛰면 체온이 너무 높아져 심장에 무리를 주어 오래 질주하지 못한다. 달릴 수 있는 최대 시간이 보통 20초 내외다. 치타는 생명을 갉아먹으며 빨리 달린다고 설명하는 사람들이 있다. 크게 틀린 말은 아니다. 사하라 지역에 사는 현지인들은 치타를 맹수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한다. 먹잇감한테는 맹수지만 사람한테는 온순하다. 고양잇과 동물 중 치타가 가장 사람을 잘 따른다고 한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사람 손에 길러진 치타는 사람에게 강한 애착을 느끼며 집고양이보다 더 애교를 부리기도 한다. 심지어 사자나 호랑이와 달리 포효도 하지 못한다. 치타는 고양이처럼 ‘야옹’하고 귀엽게 울고 갸르릉 거린다. 이 특성을 악용하여 밀렵꾼들이 치타를 손쉽게 사냥한다. 그런데도 치타는 사람을 피하지 않고 오히려 먼저 다가온다고 한다. 길들일 수 있는 포식자라는 점에서 치타는 고대 왕족과 귀족의 반려동물과 사냥동물로 오랜 시간 길러졌다. 고대 이집트에서 치타는 신성한 동물로 여겨졌으며 특히 파라오의 권위를 상징하는 동물이었다. 아시리아와 페르시아 제국에서도 왕족이 사냥용 맹수로 치타를 조련하고 키웠다는 기록이 있다. 치타와 가장 깊은 역사적 연관을 지닌 문화는 인도 무굴 제국이다. 아크바르 대제는 1,000마리 이상의 조련된 치타를 보유했다고 전해진다. 이슬람 제국과 중동에서도 귀족들이 치타를 반려동물과 사냥동물로 키웠다. 사막 지역에서 치타가 토끼, 영양 등 빠른 동물을 추적하고 포획하는 데 매우 유용하였다고 한다. 치타와 관련해서 가장 특기할 점은 유전적 다양성이 극도로 낮다는 점이다. 현존하는 치타는 모두 복제한 수준으로 유전자가 비슷하다. 근친교배가 아니어도 근친교배와 같은 수준이기에 그것에서 비롯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기형률도 높고 면역력도 약하다. 치타에게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발생하면 모든 개체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이쯤 되니 누군가는 설계자가 설계를 잘못한 것 같다고 말하기까지 한다. 성격이 사납지도 않고 온순하고 사람을 잘 따르고 오직 가지고 있는 능력이라고는 민첩성 하나지만 그마저도 오래 달리지 못하고 생명을 갉아먹는 능력이다. 단독생활을 하기에 어미가 사냥이라도 나가면 새끼들은 그대로 위험에 노출된다. 새끼 치타의 생존율은 1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거기에 모든 개체의 유전자가 똑같다. 이제까지 치타에게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출몰하지 않은 것이 놀라울 지경이다. 치타는 IUCN 멸종위기 등급 체계에서 취약 등급에 위치해 있다. 전 세계적으로 약 7,000마리 이하의 개체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생존에 불리한 조건이 그토록 많은데 그나마 이 정도에 머물러 있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우연이 반복되면 운명이고 능력이다. 치타는 맹수라는 점에서 강인할 것 같지만 의외로 약하다. 자연에서도 생존율이 높지 않고, 특유의 사람 친화적인 성격 탓에 사람에 의해 피해를 볼 확률도 높다. 하지만 지금까지 생존해 있다는 점에서 치타는 분명 강하다. 강함 속에 부드러움과 부드러움 속 강함을 보여준다. 치타가 멸종되지 않고 아직 우리와 함께 살아있다는 사실이 무척 소중하다. |
박혜리 기자 / rumiya515@gmail.com  입력 : 2025년 06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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