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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과 에세이>펭귄과 펭귄 수영대회


박혜리 기자 / rumiya515@gmail.com입력 : 2025년 01월 09일
ⓒ 경기헤럴드
시인·논설위원 박혜리

매년 새해가 되면 제주도 서귀포 중문색달해수욕장에서 이벤트가 하나 개최되었다. 겨울 바다로 펭귄처럼 뛰어들며 새해의 안녕과 희망을 기원하는 행사다. 2000년 첫 행사를 시작으로 2017년 국내대회에서 국제대회로 격상되었다. 지금은 서귀포시의 대표적인 겨울 이벤트로 완벽하게 자리 잡았다. 이름하여 서귀포 겨울 바다 국제펭귄수영대회다.
서귀포 겨울 바다 국제펭귄수영대회의 메인 이벤트는 펭귄 복장을 하고 겨울 바다로 입수하는 순간이다.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한꺼번에 각자의 펭귄 옷을 입고 뒤뚱거리며 바다로 뛰어 들어가는 장면은 장관이다. 이 활기차고 열정적인 에너지를 느끼고 있으면 새해에는 더 열심히 살아갈 의지가 자동으로 생긴다. 왠지 좋은 일들만 있을 것 같은 기분도 든다. 메인 이벤트인 펭귄 복장 바다 입수 외에도 각종 공연과 퍼포먼스, 먹거리 축제를 진행한다.
만일 행사 이름이 펭귄 수영대회가 아니었다면 지금과 많이 달랐을 것이라 예상된다. 이를테면 바다코끼리 수영대회였다면 바다로 갈 때 왠지 엎드려 몸을 튕기며 가야 할 것 같다. 북극곰수영대회였다면 바닷속으로 뛰어들기 주저했을 것이다. 펭귄은 남극에서 살며 직립보행 하는 몇 안 되는 동물 중 하나다. 사람처럼 두 발로 걷다가 바다에 뛰어들어 멋지게 잠수하는 동물이 있어서 다행이다.
펭귄은 날지 못하는 대표적인 새다. 날지 못하는 또 다른 새로 닭과 타조가 있다. 펭귄은 닭, 타조와 매우 다르다. 다른 날지 못하는 새들과 달리 펭귄은 바다를 택했다. 헤엄치기 좋게 날개는 지느러미 모양처럼 변하였고 앞다리의 날개깃도 변형되었다. 가슴뼈에는 낮은 용골돌기가 있는데 이 역시 날개를 물속에서 사용하기 편하게 변한 것으로 본다. 잠수에 편리하기 위해 다른 새들과 달리 뼈에 공기가 들어 있지 않다. 호흡에도 잠수에 유리한 구조를 갖추고 있다.
하늘을 날기보다 바다에서 사는 길을 택했다. 사는 곳도 따뜻한 지역이 아니라 지구에서 가장 춥다는 남극이다. 인간의 얕은 생각으로 펭귄의 그러한 선택은 어리석게 느껴진다. 지극히 인간적인 걱정이 무색하게 펭귄은 완벽하게 적응하여 잘 살아가고 있다. 오히려 육지와는 달리 천적이 없어 천진한 모습을 보이며 호기심도 매우 많다.
펭귄은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MBC 다큐멘터리 팀이 <남극의 눈물>을 찍으러 갔을 때 겪은 유명한 에피소드가 있다. 보통 자연에 있는 동물은 가까이에서 찍기 어렵다. 어떤 돌발상황이 생길지 모르기 때문이다. 펭귄을 찍기 위해 조금 멀찍이 자리를 잡은 카메라맨들과 스태프들에게 펭귄들이 알아서 몰려와 신기한 듯 들여다보았다. 자신들을 빙 둘러싼 펭귄들에게 오히려 제작진들이 곤혹스러워하는 장면이 마지막 편 메이킹 필름에 그대로 담겨 있다.
펭귄이 사람에게 다가오는 이유로 두 발로 걷는 동물이 많지 않다 보니 두 발로 걷는 사람을 동료로 착각하였기 때문이라는 설이 있다. 실제로 알을 잃은 펭귄이 사람을 알 대신 품으려고도 하고, 피리부는 사나이마냥 사람을 쫓아다니기도 하고, 사람에게 구애하는 펭귄도 있었다고 한다. 남극은 눈과 빙판길이니 두 발로 뒤뚱뒤뚱 걷는 사람의 모습을 보며 자신들보다 조금 큰 펭귄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26회 서귀포 겨울 바다 국제펭귄수영대회가 개최될 예정이었다. 안타깝게도 작년 연말에 있었던 비극적인 참사로 인해 행사가 취소되었다. 당연한 일이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유가족분들이 여전히 슬픔 속을 헤매고 있다. 우리 이웃이 슬퍼한다면 슬픔을 함께 나누어야 옳다.
하늘을 날아야 하는 비행기인 제주항공 7C2216편 항공기는 더 이상 날 수 없게 되었다. 그 비행기에 탔던 승무원 두 사람을 제외한 179명도 더는 날 수 없게 되었다. 하루아침에 소중한 가족을 잃은 유가족분들도 날개가 꺾인 것보다 더한 고통을 받았다. 국가가 정한 애도 기간은 지났지만, 애도의 깊이와 기간은 사람마다 다르다. 이 자리를 빌려 깊은 위로와 애도의 뜻을 전합니다.


박혜리 기자 / rumiya515@gmail.com입력 : 2025년 01월 0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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