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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과 에세이> 까치와 새해


박혜리 기자 / rumiya515@gmail.com입력 : 2025년 01월 02일
ⓒ 경기헤럴드
시인·논설위원 박혜리

“까치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곱고 고운 댕기도 내가 드리고, 새로 사 온 신발도 내가 신어요.”
새해가 밝았다. 과거부터 새해가 되면 까치와 호랑이가 그려진 '까치와 호랑이' 그림을 선물했다. 호랑이는 액운과 잡귀를 쫓아준다고 믿었다. 호랑이, 까치와 함께 소나무가 그려진 경우도 많았다. 사시사철 푸르른 소나무는 새해의 상징이면서 동시에 호랑이처럼 액운과 잡귀, 부정을 막아준다고 믿었다.
까치는 왜 호랑이, 소나무와 함께 그려졌을까. 아침에 까치가 울면 좋은 소식이 있다는 말이 있다. 이 말에서 알 수 있듯이 까치는 기쁜 소식, 좋은 소식을 상징한다. 호랑이와 함께 까치를 그린 그림을 새해에 선물하는 이유는 새해에는 나쁜 일 없이 좋은 일과 좋은 소식으로 가득하길 기원하는 마음이다.
흥미로운 뒷이야기가 있다. 19세기 이후부터 ‘까치와 호랑이' 그림에서 호랑이가 점차 고양이처럼 귀여워지고 희화화된다. 언뜻 보았을 땐 몸집이 훨씬 큰 호랑이가 주인공처럼 보이지만 뒤에 그려진 작은 까치의 태도가 더 당당하다. 점차 변하는 까치와 호랑이 그림에는 당시 시대상이 담겨 있다.
조선시대에서 학문과 그림은 사대부들의 전유물이었다. 당연히 일반 백성들은 그림 하나를 소유하는 것도 어렵고 담긴 의미를 파악하는 건 더 어려웠다. '까치와 호랑이' 민화는 처음부터 백성들이 이해하기 쉬워 거부감이 없었다고 한다. 점차 희화화되는 호랑이는 양반이나 탐관오리를 상징한다. 반면 호랑이 앞에서도 태도가 당당하고 기세가 드센 까치는 일반 백성들이다. 즉, 점차 변하는 까치와 호랑이 그림에는 신분 관계를 향한 불만과 까치를 통한 대리만족이 드러나 있다.
새해에는 까치가 원탑 주인공이 되었다. 이제는 호랑이에게 새해의 의미는 사라졌다. 호랑이에게서 더는 새해의 의미를 찾지도 않고 기원하지도 않는다. 대신 까치는 새해만 되면 떠올리는 동물이 되었다. 각종 콘텐츠에서 새해와 설날이면 ‘설날’ 노래가 울려 퍼진다.
그렇다면 까치의 설날은 왜 어제일까. 처음에는 인식하지 못했으나 어느 순간 까치의 설날이 어저께라는 가사를 깨닫고 그때부터 궁금했다. 분명 전에도 이유를 찾아본 것 같은데 아직도 의문이 풀리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다시 찾아보았다.
몇 가지의 설이 존재한다. 하나는 민속연구 권위자였던 서정범 교수의 주장이다. 원래 그믐날은 ‘아찬 설’ 또는 ‘아치 설’이라고 불렀다. ‘아찬’과 ‘아치’는 순우리말로 작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아찬설은 작은 설로 설 전날을 의미했다고 한다. 세월이 흐르면서 ‘아치’가 음이 비슷한 ‘까치’로 변형되었다는 설이다.
하나는 삼국유사의 설화를 바탕으로 일부 민속학자들의 주장이다. 삼국유사 설화에 따르면 신라 소지왕 때 왕후가 왕을 시해하려 하였는데 쥐, 돼지, 용, 까마귀의 도움으로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에 소지왕이 이 동물들을 기리는 날들을 만들어주려고 하였다. 쥐, 돼지, 용은 십이지라 이미 기념하는 날이 있었는데 까마귀만 기념하는 날이 없었다. 소지왕이 까마귀에게 설 바로 전날을 까마귀의 날이라 정해주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까마귀가 까치로 와전되었다는 설이다.
또 하나는 ‘설날’을 작사, 작곡한 윤극영 선생이 식민지 시절 양력으로 설을 쇠는 일제에 저항하기 위해 양력설은 ‘어저께’인 까치의 설날이고 음력 설인 ‘오늘’이 우리가 쇠는 설날이라고 상징하였다는 설이다.
보통 다양한 설들이 있어도 그 가운데 가장 설득력이 있고 정론이라고 불리는 하나의 설이 존재한다. 노래 '설날' 가사에 숨겨진 진실에 대한 설은 그럴듯한 하나의 설로 조금도 모아지지 못했다. 노래가 만들어진 지 100년이 되었지만 까치의 설날이 왜 어저께인지 아직도 비밀이 풀리지 않았다. 새해에도 밝혀야 하고 해야 할 일들이 참 많다.
우리보다 일찍 설을 맞는 까치는 기쁜 소식과 좋은 소식을 물어다 오는 새다. 어쩌면 우리보다 미래를 살고 있기에 앞날을 알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까치가 자주 우는 새해가 되길 바란다. 기쁜 소식과 좋은 소식으로 가득한 한 해가 되길 기대한다.


박혜리 기자 / rumiya515@gmail.com입력 : 2025년 01월 0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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