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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과 에세이>비단벌레와 보석


박혜리 기자 / rumiya515@gmail.com입력 : 2024년 12월 05일
ⓒ 경기헤럴드
시인·논설위원 박혜리

발굴만 10년이 걸린 경주 쪽샘 유적 발굴 현장에서 신라 왕족이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화려한 장신구들이 대거 발견되었다. 특히 초록색 반짝이는 무언가로 정교하게 만든 말다래가 이제껏 발견된 형식과 달라 눈길을 끌었다. 분석 결과 무덤의 주인은 1500년 전 10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신라 공주인 것으로 밝혀졌다.
신라의 유물은 유독 화려하다. 금관부터 금귀고리 등등 그 많은 황금이 어디에서 나왔는지 금빛으로 가득하다. 금을 세공하는 기술은 더욱 화려하고 정교하다. 2016년 동궁과 월지에서 발견한 금박유물인 선각단화쌍조문금박은 전 세계 학자와 세공업자를 경악하게 만들었다. 이 유물의 순도는 무려 99.99%에 달했다. 1300년 전 통일신라 시기 기술로 이 순도를 만들어 내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초정밀 세공 기술은 더 말이 안 된다. 금박 두께가 0.04mm밖에 안 되는데 0.05mm의 굵기로 세공했다. 이에 국가무형문화재조각장은 “레이저 같은 현대 장비로 제작할 수 있는지도 실험해 봐야 할 정도로 섬세”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화려한 장신구에 진심인 신라인들이 금과 함께 많이 쓰던 재료가 있다. 그것이 바로 어린 신라 공주의 무덤에서 나온 장신구에 쓰인 초록색 반짝이는 무언가다. 어린 공주의 장신구에 사용될 정도니 금만큼 귀한 보석일 것이라 예상된다. 놀랍게도 공주의 장신구에 쓰인 재료는 비단벌레다. 보석이 아니라 벌레인 것이다.
비단벌레는 딱정벌레목 비단벌렛과의 곤충이다. 이름대로 비단결처럼 고운 몸체를 자랑한다. 몸길이는 30~40mm 정도다. 전체적으로 녹색이지만 금색, 붉은색, 금색의 광택이 몹시 아름다워 황홀함을 선사한다. 사실 비단벌레는 나뭇진을 빨아 먹어 삼림에 피해를 주는 해충이지만 지니고 있는 아름다움과 함께 개체수가 매우 적어 2008년에 천연기념물 제496호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 몸체 특히 날개 빛깔이 보석처럼 아름다워 신라시대 때 장식물로 많이 이용되었다. 발견된 대표 유물로 말띠드리개, 말안장 뒷가리개, 발걸이, 허리띠 꾸미개, 화살통 장신구 및 멜빵, 귀면문화살통, 금동 장식품 등이 있다. 대표 유물이 출토된 경주시에서는 비단벌레를 모티브로 삼은 관람차를 만들어 마스코트로 삼고 있다. 경주시에 가면 비단벌레를 캐릭터로 삼은 장식물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귀한 취급을 받던 비단벌레가 개체 수가 적어진 이유는 다른 동물이 멸종위기가 된 이유와 같다. 다만 동남아시아 등지에서는 아직 개체수가 많아 표본을 한 점당 수천 원에서 수만 원 정도에 구입이 가능하다. 다른 곤충과 달리 아름답고 영롱한 색채에 곤충 애호가들이 나비와 함께 열광하는 곤충이다.
사육을 시도했지만 어려움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최근 영월군 천연기념물곤충연구센터에서 대량증식의 열쇠를 찾아냈다. 이에 6년간의 연구 끝에 올해 울산의 사회적기업 ‘주식회사 숲속의 작은 친구들’에서 대한민국 최초로 비단벌레 인공증식을 통한 유충 초령을 대량으로 산란 받아 흥분의 도가니가 되었다. 마침 이곳이 과거 신라의 땅이었던 경남 산지여서 더 화제다.
비단벌레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를 보면 과거나 현재나 보석처럼 다룬다. 멸종될까 봐 전전긍긍이다. 벌레는 보통 ‘벌레만도 못하다’라고 말할 때처럼 작고 보잘것없고 변변치 못한 것을 낮잡아 이르는 말로 쓰인다. 벌레 앞에 한 쌍처럼 자주 붙는 형용사는 ‘징그럽다’다. 실제로 멸종위기에 처한 다른 곤충들도 많지만 징그럽고 칙칙하게 생겼다는 이유로 외면받고 있는 실정이다. 비단벌레는 같은 벌레인데 특별취급이다.
벌레와 보석은 언뜻 생각했을 때 서로 반대 선상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벌레는 쓰레기와 같은 의미로 쓰이는 경우가 많으며, 보석은 쓰레기 더미에 있어도 파헤쳐 쟁취해 낼 정도로 가치가 있는 무언가로 여겨진다. 그렇다면 사실상 해를 끼치는 해충인데도 불구하고 보석처럼 귀한 취급을 받는 벌레인 비단벌레란 존재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비단벌레는 모순덩어리다. 동시에 많은 점을 시사한다.


박혜리 기자 / rumiya515@gmail.com입력 : 2024년 12월 0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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