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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과 에세이> 다람쥐와 강인함


박혜리 기자 / rumiya515@gmail.com입력 : 2024년 09월 13일
ⓒ 경기헤럴드
시인·논설위원 박혜리

전 세계가 이상기후로 공포에 떨고 있다. 우리나라만 유독 이상기후에 둔감하다. 다른 나라에서 ‘기후가 미쳤다’라고 아무리 떠들어대도 시큰둥할 따름이다. 한 기후 전문가가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상기후에 둔감한 이유를 기후와 계절이란 원래 사람을 힘들게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 적이 있다.
우리나라는 예전부터 기후가 혹독하기로 유명했다. 살을 에고 먹을 것이 없는 겨울은 길기만 하다. 그 긴 겨울이 겨우 끝나면 대륙에서 날아오는 황색 먼지에 봄 내내 고통받는다. 몸에도 나쁜 먼지가 겨우 가라앉을 때쯤이면 무슨 짓을 해도 짜증 나고 더운 여름이 시작된다. 무더운 나날을 겨우 버티고 나면 아름답고 쾌청한 가을은 고작 몇 주 지속될 뿐이다. 그 찰나의 아름다운 계절이 지나면 다시 길고 긴 겨울이 시작된다. 기후와 계절은 원래 힘들다고 알고 있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이상기후는 힘든 겨울과 여름이 조금 더 길어졌을 뿐이다.
혹독한 생태계에서 살아남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느 나라 사람들보다 강인한 정신력과 신체를 가지고 있다.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시가 의병이다. 의병은 자랑스러운 우리 문화이자 역사다. 왕이 도망가거나 나라를 빼앗겨도 우리 선조는 굴하지 않았다. 대부분 산지여서 먹을 것이 풍요롭지 못했지만, 우리는 다른 나라에서 독초라고 거들떠보지도 않는 풀을 맛깔스러운 음식으로 만들어 먹는다. 그만큼 생명력이 높다.
우리나라에 사람만 살고 있는 건 아니다. 한반도에 터를 잡고 살고 있는 우리 동물들도 우리 한민족과 비슷한 성향을 보인다. 생긴 건 작고 나약하게 생겼는데 강한 강인함을 지니고 있다. 가장 잘 보여 주는 동물이 다람쥐다.
다람쥐는 몹시 귀엽게 생겼다. 작은 몸에 큰 눈망울을 보고 있으면 세상 무해해 보인다. 도토리를 먹을 때마다 꼼질 거리며 움직이는 입술을 보고 있으면 미소가 지어지지 않을 수가 없다. 볼이 터질 정도로 먹이를 잔뜩 집어넣은 모습은 심장이 아플 정도로 귀엽다. 유튜브 동영상에서 다람쥐를 검색하면 제법 많은 영상이 검색된다. 대부분 영상에서 ‘귀엽다’라는 단어가 주된 키워드다.
일제 강점기 시절 일본 사람들이 다람쥐의 귀여움에 빠져 일본 자기네 땅으로 데리고 가 키웠다. 그렇게 일본으로 건너가게 된 우리나라 다람쥐가 미국과 유럽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세계적으로 인기 동물이 되었다. 다람쥐는 다른 나라의 수요가 높아지면서 해방 이후 80년대까지 우리나라 주요 수출품이 되기도 하였다.
그렇게 해외로 떠나게 된 다람쥐가 해외를 장악하고 있다. 귀여워서 키우려고 가져갔는데 엄청난 번식력과 생명력으로 생태계를 위협할 정도로 그 수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웬만한 천적도 없어 자연적으로 개체수 조절도 되지 않는다. 미국에서는 생태교란종으로 선정해 수를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지금도 계속 늘고 있는 실정이다.
다람쥐는 매우 강인한 동물이다. 도토리만 먹을 것처럼 생각되지만 메뚜기나 사슴벌레 등 곤충도 즐겨 먹으며 새알도 훔쳐 먹는다. 심지어 어린 뱀이나 작은 새, 개구리 등의 비교적 큰 동물도 잡아먹는다. 마음만 먹으면 자신의 먹이사슬보다 위에 있는 뱀과도 싸워 이긴다. 뱀과 싸워 이기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하였다. 혹독한 날씨와 많은 천적과 싸워 생명을 지켜온 우리 다람쥐에게 있어 온화한 기후에서 생존하는 건 일도 아닐 것이다.
전 세계가 다람쥐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있다. 분명 생태계를 교란하고 있는데도 귀엽다며 지금도 꾸준히 다람쥐를 키우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SNS를 통해 자신들의 상징을 수탉에서 다람쥐로 바꾸자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을 정도다. 그 모습은 마치 미국, 유럽 문화 생태계를 송두리째 뒤엎고 있는 우리 K-문화와 닮았다.
혹독한 날씨가 우리에게 고통만 준 건 아니었다. 덕분에 강한 정신력과 생명력, 생존력을 얻었다. 세계를 장악할 힘을 얻었다. 우리는 자연에 감사해야 한다. 자연이 선물한 강인함으로 기후가 더 이상해지지 않도록 지금부터라도 적극적으로 환경보호에 동참해야 할 것이다.


박혜리 기자 / rumiya515@gmail.com입력 : 2024년 09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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