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과 에세이> 삽사리와 환상
박혜리 기자 / rumiya515@gmail.com 입력 : 2024년 08월 29일
 |
 |
|
| ⓒ 경기헤럴드 |
시인·논설위원 박혜리
중학생 때 등교할 때마다 만나는 강아지가 있었다. 사거리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가 보면 오른쪽 굴다리에서 산책 나온 강아지가 나타나 내가 온 방향으로 사라졌다. 크기가 제법 크니 개라고 부르는 것이 더 맞지만, 사과머리를 한 얼굴이 동그스름한 게 참 귀여워 굴다리 강아지라고 불렀다. 작은 개와 진돗개만 주로 보던 당시에 굴다리 강아지의 등장은 큰 충격이었다. 크기는 진돗개와 비슷한데 둘은 아주 달랐다. 주둥이가 뾰족해 잘생겼다는 인상을 주는 진돗개와 달리 굴다리 강아지의 얼굴은 넙데데하고 동글해 귀여운 인상을 주었다. 진돗개는 단모로 깨끗한 느낌을 주는 반면 굴다리 강아지는 곱슬하고 긴 털을 지녀 자연스러우면서도 발랄한 느낌을 주었다. 눈을 덮는 앞머리를 사과머리로 올려주면 깜찍하다. 크기가 중대형 크기만큼 커 소형견에는 없는 듬직함과 무게감이 있었다. 어느새 굴다리 강아지를 만나는 일이 큰 즐거움이 되었다. 사거리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으면 하루도 빠짐없이 굴다리에서 굴다리 강아지가 나타나 등 뒤로 지나갔다. 나중에 커서 굴다리 강아지 같은 동물을 키우는 꿈도 생겼다. 굴다리 강아지를 자주 만나면 꿈에 빨리 다가갈 수 있을 것 같아 아침에 늦장 한 번 부리지 않고 정해진 시간에 서둘러 집을 나섰다. 학창 시절 지각 한 번 하지 않았는데 그 일등 공신은 굴다리 강아지다. 굴다리 강아지가 삽사리인 줄은 한참 뒤에 깨달았다. 2011년 대구 세계 육상 선수권 대회가 열렸다. 고향에서 열린 큰 국제 대회이기에 관심이 있었는데 마스코트가 눈에 들어왔다. 화려한 앞머리로 눈이 가려진 강아지였다. 중학생 때 아침마다 본 굴다리 강아지였다. 마스코트 모델이 바로 삽사리였다. 삽사리 혹은 삽살개는 우리나라 중남부에서 주로 살던 토종개다. 그중 경산 삽살개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삽사리의 ‘삽살’이란 이름도 귀신이나 액운을 쫓는다는 의미의 순수한 우리말이다. 삽사리의 역사는 매우 깊다. 고구려 장천1호분에서 발견된 예불도에 삽사리가 등장한다. 신라시대에는 왕실과 귀족사회에서 군견이나 반려견으로 길러졌다고 알려져 있다. 삽살개가 김유신 장군과 함께 수많은 전쟁터를 누비고 다녔다는 전설이 유명하다. 통일신라가 멸망하면서 귀족들만의 전유물이던 삽살개가 백성들 사이에서 널리 키워지게 되었다. 전설 속 사자를 닮은 외모와 강렬한 눈빛 덕에 신성시되기도 하였고, 해태와 동일시되기도 하였다. 우리나라에서 신성시되던 삽사리가 천연기념물이 된 이유는 몹시 슬프다. 일제강점기 때 일본 토종개와 많이 달랐던 삽사리는 내선일체에 이용되지 못하고 엄청나게 도축 당했다. 특히 세계 2차대전 끝자락에는 고양이의 털까지 벗길 정도로 심각한 물자 부족 상태였는데 이때 삽사리는 씨가 말라 버렸다. 일제강점기 때 사람만 죽어 나간 것이 아니었다. 해방 이후 1992년 3월 10일에 경산의 삽살개가 천연기념물 제368호로 지정되었다. 2010년에는 한국삽살개보존회가 한국삽살개재단으로 재정비되어 삽살개의 보호와 복원을 위해 애쓰고 있다. 현재 삽사리의 모습이 과거 민화에 등장하는 모습과 사뭇 다르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몇 해 전 단모종 바둑이삽살개 보존 연구팀에서 바둑이 삽살개 복원에 성공하였다. 털이 긴 기존 삽살개와 달리 털이 짧은 삽살개인데 이 모습이 과거 민화에 등장하는 삽사리 혹은 바둑이라고 불리는 강아지의 모습과 흡사하다. 삽사리는 일제의 만행으로 한 번 우리나라에서 사라졌다. 환상의 동물인 해태, 사자와 동일시되던 삽사리는 이미 멸종되어 사라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각고의 노력으로 경산 삽살개와 단모 바둑이 삽살개를 복원하고 보호하고 있다. 경산 삽살개와 단모 바둑이 삽살개가 다시는 환상이 되지 않도록 보호해야 한다. 중학생 때 꾸던 꿈을 지금도 꾼다. 언젠가 마당이 있는 집에서 삽사리를 키우며 살고자 하는 로망이 있다. 아직은 환상에 불과하지만 언젠가는 현실이 되리라 믿는다. |
박혜리 기자 / rumiya515@gmail.com  입력 : 2024년 08월 29일
- Copyrights ⓒ경기헤럴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
경기도 중등 보건교육연구회, AI와 예술과 함께한 보건교육, 보건교사 역량 강화 워크숍 열려
|
김성제 의왕시장, “백운호수축제에서 가을의 정취 만끽하시길 바란다”
|
서수원-의왕 고속화도로 의왕TG 다차로 하이패스 9월 17일 개통
|
하나님의 교회,` 전국에 5,000세트 기탁` 수원·안양·군포·의왕 등 경기 지역 1,400여 세대 지원
|
군포2동 주민자치회, 추석 앞두고 ‘도농상생 직거래장터’ 성황리 개최
|
안양시의회 도시교통위원회, 위례과천선·서울 서부선 안양권 연장 촉구 결의안 채택
|
의왕시 초평지역 ‘똑버스’, 2026 경기도 똑버스 운송사업자 서비스 평가 ‘도내 1위’ 쾌거
|
조계종 정각사·광명사, 자비의 추석 선물 후원
|
군포 산본중 채지원 선수, 21년 만에 중등부 한국 신기록 갱신
|
의왕시, 제22회 의왕백운호수축제, 성황리 마무리
|
|
군포시장애인종합복지관, 지역과 함께한 20.. |
김성제 의왕시장, 추석 명절 앞두고 도깨비.. |
안양시의회, 추석 명절 맞아 관내 복지시설.. |
희망나래장애인복지관, ‘2026년 경기 비발.. |
석수본동골목형상점가 유망골목상권, 2026 .. |
안양시, ‘2026 안양춤축제’ 성황리에 막 .. |
군포시의회, 사회복지시설 8곳 찾아 따뜻한.. |
안양고등학교, 올바른 학교생활 문화 만들.. |
민병덕 국회의원, “지역관광, 방문객 수보.. |
안양시, 어린이집 원장 대상 아동학대 예방.. |
|
어르신 섬김의 롤모델이 되고 있는 가인요양원 ..
|
인본사상으로 사회의 언덕이 되고 있는 안성은 ..
|
봉사와 문학으로 완성된 삶을 추구하는 김종두 ..
|
봉사로 행복을 추구하는 이숙자 회장
봉사가 ..
|
시민의 안전에 초석을 놓은 함재영 공학박사
..
|
장애를 극복하고 위대한 인간 승리의 표본이 된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