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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택 특별칼럼> 중대재해법 영세업자 호소


경기헤럴드 기자 / rch2927@korea.com입력 : 2024년 02월 20일
ⓒ 경기헤럴드

논설고문
칭찬합시다 운동중앙회 나경택 총재

민주당이 중대재해처벌법의 50인 미만 사업장 확대 적용 유예의 전제 조건으로 내세운 ‘산업안정청 설치’를 정부 여당이 수용했지만 민주당이 결국 협상안을 거부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산업 현장에서 노동자의 생명, 안전이 더 우선한다는 기본 가치에 충실하기로 했다”고 했다. 일자리가 있어야 근로자도 존재한다. 일자리가 없어지면 근로자 생계가 없어지는데, 거기에 무슨 근로자 생명과 안전이 있나. 근로자가 사망하면 사업주를 1년 이상 징역이나 10억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의 확대 시행 유예 조건으로 민주당은 산업안정청 설립과 산업재해 예방 2조 원 확보를 요구해 왔다.
정부와 국민의힘은 결국 이 조건을 다 받아들였다. 민주당 원내 지도부도 협상안 수용 가능성을 비쳤지만, 노동계를 의식한 일부 강경 의원의 반발을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거부했다. 법 확대 시행 나흘 사이에 부산과 강원도의 영세 업체에서 근로자가 잇따라 사망하는 사고가 벌어졌다. 처벌을 무조건 강화한다고 해결되지는 않는다는 뜻일 것이다. 산업재해를 막자는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 세상 어느 사업주도 자기 사업장에서 사고가 나서 근로자가 다치거나 죽기를 원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대다수 영세 기업과 소상공인은 고금리와 경기 침체에 따른 영업 부진 앞에서 연명하기도 버거운 실정이다. 경총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87%가 중대재해처벌법에 준비돼 있지 않았고, 두 곳 중 한 곳은 안전 인력도 확보하지 못했다. 경제 6단체가 “2년만 유예하면 더 연장해 달라고 요구하지 않겠다”는 약속까지 내놨지만 민주당은 상공인들의 간절한 호소를 끝내 외면했다. 영세 사업장 특성상 사업주가 구속되면 사업장이 문을 닫아야 한다. 결국 일자리가 없어지고 그 피해는 근로자들에게 갈 것이다.
산업재해는 줄이지 못하면서 사업주만 무더기로 처벌받는 악순환이 이어질 것이란 불만이 확산됐다. 이 같은 처지의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은 전국 83만 7,000여 곳에 달한다. 가뜩이나 경기 침체로 얼어붙은 현장은 극도로 위축될 수밖에 없다. 전국 각지 중소기업인과 소상공인 등 3,500여 명이 국회에 모여 “한순간에 예비 범법자로 전락했다”며, 유예를 호소하기에 이르렀다. 이 법이 사업주에 대한 구체적 책임 의무는 없고 형벌만 높아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정기국회부터 여야가 동네 골목상권의 줄폐업 사태를 막기 위한 민생현안 처리는 이렇듯 합의가 지지부진하지만, 정치인들이 지역에서 생색낼 수 있는 SOC사업은 일사천리다. 대표적인 게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달빛 철도 특별법’이다. 이는 광주 송정리역과 서대구역을 연결하는 총연장 198.8km의 철도 건설사업인데, 예상 사업비가 8조 7,110억 원(복선 기준)에 달한다. 국가재정법상 총사업비 500억 원 이상의 신규 사업은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실시해야 하나, 달빛 철도 여야 합으로 특별법을 만들어 예타를 면제했다. 동서 지역 화합과 국토 균형발전이 명분이라고 하나 세금이 8조 원이나 들어가는 사업에 경제성 검증을 무시하는 건 국가 재정의 뿌리를 흔드는 처사다. 이제 달빛 철도가 선례를 만들었으니 전국적으로 비슷한 예타 면제 요구가 쏟아질 것이다.
실제로 현재 국회엔 부산·울산·경남을 지나는 ‘동남권 순환 광역철도’를 예타 없이 추진하자는 특별법이나 비수도권 전체의 도시철도사업에 예타를 면제하자는 국가재정법 개정안 등이 발의된 상태다. 서울지하철 5호선의 김포 연장을 예타 없이 추진할 수 있도록 한 법안도 추진 중이다. 가위‘철도 포퓰리즘’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처럼 민생 법안은 정쟁에 발목이 잡히고, 여야 나눠 먹기의 선심성 법안은 번개처럼 처리되는 요지경 속에서 최악의 21대 국회가 저물고 있다!


경기헤럴드 기자 / rch2927@korea.com입력 : 2024년 02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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