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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리 꽃과 에세이35> 동백꽃과 4.3


박혜리 기자 / rumiya515@gmail.com입력 : 2023년 02월 01일
ⓒ 경기헤럴드




















시인·논설위원 박혜리

신혼여행을 두 번 다녀왔다. 당시 짝꿍과 나 모두 휴가를 사용할 수 없는 사정이 있어 신혼여행을 위해 일주일 정도 시간을 비울 수 없었다. 마침 결혼식이 있던 공휴일이 금요일이었기에 우리는 결혼식을 올리자마자 제주도로 2박 3일 짧은 신혼여행을 다녀왔다. 그 뒤 해가 지나기 전 연말, 두 사람 모두 여유가 생겼을 때 일주일간 발리로 2차 신혼여행을 다녀왔다.
처음 계획할 땐 발리 신혼여행을 진정한 신혼여행으로 여겼다. 제주도 신혼여행은 아쉬운 마음에 즉흥적으로 떠난 여행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난 이후 우리에게 있어 진정으로 의미가 있고 기억에 남는 신혼여행은 제주도로 떠난 여행이다. 조금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제주도 여행이 처음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왜 발리가 아니라 제주도일까 생각해 보니 제주도에서 우연히 만난 역사적 사건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짝꿍과 나 두 사람 모두 여행에 있어 계획적인 사람들이 아니다. 대략적인 계획만 세워두고 발길이 닿고 마음이 닿는 곳으로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것을 선호한다. 신혼여행 때도 숙소와 렌트카만 예약해 두고 다른 계획은 아무것도 세우지 않았다. 그렇게 무작정 드라이브를 시작했다. 그러다 우연히 두 사람 눈에 안내판이 띠었다. 제주4.3평화공원. 4.3이란 것을 교과서에서 언뜻 본 기억은 있었지만 잘 알지 못했다. 궁금한 마음에 그곳으로 향했다.
그날 그곳에서 겪은 충격은 어떤 말로도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이토록 무자비한 일이 그리 멀지 않은 우리나라에 일어났다. 이데올로기의 무서움은 경악할 정도로 거대하고 흉측했다. 희생된 자들의 이름을 적은 곳이 있는데 그곳에 이름조차 없는 아이들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제주도에서는 한 마을이 같은 시기에 제사를 지낸다고 한다. 4.3 때 같은 날 가족을 잃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게 가장 큰 충격을 준 것은 그 일의 참혹함도 이데올로기의 무서움도 아니었다. 이 정도로 큰 사건이 일어났는데 제대로 알려지지 못하고 묻혔다는 사실이었다. 모든 제주도민이 피해자라고 하여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큰 사건인데 교과서에 고작 한 줄로 정리되어 있었다. 하다못해 독재자들의 쿠데타 과정이나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관해서는 설명을 들었는데 제주 4.3에 관해서는 설명을 들은 기억이 없었다. 제주 4.3에 대해서 지금도 잘 알지 못한다. 아니, 하다못해 제주 4.3을 어느 단어로 정의 내리지도 못했다. 제주 4.3은 뒤에 어떤 단어를 붙이지 못하고 그저 ‘제주 4.3’이다.
제주 4.3평화공원을 나섰지만, 그곳에서 받은 충격은 여행하는 내내 지속되었다. 신기할 정도로 가는 곳곳마다 제주 4.3과 관련되었다. 우연히 들른 작은 마을에 당시 피난처 터가 있었고 다시 우연히 들른 곳에 제주 4.3 기념비가 세워져 있었다. 제주도의 상징이 동백꽃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있었지만, 제주도 전체가 동백꽃으로 수놓아져 있었다. 가을에 결혼하여 동백꽃이 필 시기가 아니었는데도 말이다. 제주도의 상징이 동백꽃인 이유를 온몸으로 실감하였다. 이제는 동백꽃만 보면 하얀 눈 위로 무참히 흩뿌려진 제주도민들의 피와 덧없이 사그라진 존귀한 생명이 떠오른다.
동백꽃이 만발하는 시기가 다가왔다. 동백꽃을 단순히 겉모습의 아름다움과 고결의 상징으로만 바라볼 수 있다. 하지만 동백꽃을 보며 참혹한 우리의 역사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그날의 역사를 기억하는 것도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소설가 김석범 선생님의 말씀처럼 ‘기억이 말살당한 곳에는 역사가 없다.’.
↑↑ 사진 이영렬 작가
ⓒ 경기헤럴드



박혜리 기자 / rumiya515@gmail.com입력 : 2023년 02월 0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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