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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훈수


경기헤럴드 기자 / rch2927@korea.com입력 : 2021년 12월 0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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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박사⦁시인 임종호

인간사에 남의 일에 참견하지 않을 순 없다. 소싯적에 등하굣길이나 시장통에서 어른들이 바둑이나 장기를 두는 모습은 일상적이었는데 장기와 바둑을 둘 때는 두는 사람보다 옆에서 구경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더 크곤 했다. 두 사람이 내기할 때 보면 사생결단하듯이 심각하고, 심지어 약을 올리기 위해 바둑 두는 사람 어디 갔나? 장기 두는 사람 어디 갔나? 라고 심리전을 펴기도 했다.
그러다 보다 못해 답답한 심정으로 옆에 있는 사람이 훈수를 두는 경우에는 십중팔구 싸움판으로 번져 바둑판과 장기판이 뒤엎어지기 일쑤였다.
또 동네에서 윷놀이 판이 벌어지면 윷 판 훈수로 동네 싸움으로까지 확대되어 원수가 되기도 하고 명절에 집안 식구끼리 만나 화투를 치다가 훈수를 잘 못 두어 명절을 망치는 사례를 돌아보면 훈수는 어딜 가나 자칫하면 흉기가 될 수 있음이 틀림없다.
이렇듯 훈수는 공정한 놀이나 시합에 있어 불공정한 처사이다. 바둑이나 장기도 고수들은 누가 이겼다는 것만 암시하고 훈수를 두지 않는다. 대부분 하수가 참견 아닌 참견으로 훈수를 두는 바람에 두 사람의 즐거운 놀이가 싸움판 또는 난장판이 되어 버린다.
선거철만 되면 정치 훈수꾼들이 너나없이 나서서 정치판을 어지럽힌다. 훈수를 바라지도 않았지만 한 표가 아쉬운 상황에서 후보자들은 야멸차게 거절하지 못한다. 사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라는 속담처럼 훈수꾼이 많으면 선거는 필패한다는 새로운 속담이라도 하나 만들어야 할 판이다.
선거는 하나의 기획이다. 선거 기획이 좋으면 밤낮으로 선거운동을 하지 않아도 쉽게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다. 기획안에는 후보자의 장점도 있겠지만 상대방의 취약한 부분을 자극하여 유권자들로부터 이격시키는 전략이 어느 진영이나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선거전략을 총괄하는 선거대책위원장은 국민이나 유권자로부터 무게감을 받아야 한다. 선거대책위원장에 거론되는 인물에 대해 호불호가 갈리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평소에 잘 대해 준 사람이라면 호평을 할 것이고 정치적 피해를 봤다면 비평과 비난을 쏟아부을 것이다.
문제는 자신의 선거가 아닌 이상 자신과 불편한 관계에 있는 사람에 대해서 함부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자신의 진영이 승리할 수 있도록 대승적으로 인내해야 함에도 가볍게 처신하여 눈총을 받고 있다.
결국 훈수꾼이 많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가 자리 잡지 못하고 부화뇌동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기존의 선거대책위원회를 뒤엎고 있는 반면에 국민의힘은 출범도 하지 못하고 힘을 빼고 있다.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 복잡한 공식이 필요 없다. 선거에 지대하게 영향을 줄 것 같다고 판단되면 모두 맡기면 된다.
그러나 훈수꾼들이 모여 후보자의 판단을 흐리게 하면 어느 진영이든 혼란에 빠지게 된다. 이러한 장면이 국민이나 유권자에게 비추어진다면 후보자는 탄력을 상실하며, 여론조사가 하향곡선을 그릴 때는 더욱더 정치권의 혐오를 두게 된다.
국민과의 신뢰 구축보다 내부 선거대책위원회와 싸워야 하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후보자들을 볼 때마다 정치개혁과 세대교체의 절실함을 가지게 됐다. 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국가와 국민에게 주는 비전도 거의 없이 용서의 눈물과 힘겨루기에 빠진 후보들이 언제 돌파구를 찾아 정상궤도에 오를지 염려가 된다.
지금까지 훈수꾼들은 정치 비전보다 상대방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 있다. 2022년 3월 대통령선거는 한 국가의 대통령을 뽑는 선거이므로 국가와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멋진 공약으로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아봐라. 모든 방송과 매스컴에서 부정적인 이슈로 도배하지 말고 나도 희망을 품어 보자는 메시지 정도는 줘야 하지 않겠나. 더욱 명심할 것은 나도 훈수 두다 면박 받은 일은 없지는 되돌아봐야 할 시간 같다.


경기헤럴드 기자 / rch2927@korea.com입력 : 2021년 12월 0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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