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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임계장’, ‘고다자’, 우리 시대의 아버지들


경기헤럴드 기자 / rch2927@korea.com입력 : 2020년 07월 22일
ⓒ 경기헤럴드



칼럼니스트 · 전교장 장세창


지난주 모 TV프로그램에서 임시계약직 노인장이라는 `임계장‘, 고르기도 쉽고 다루기도, 자르기도 쉬운 사람이라는 뜻의 은어인 `고다자’의 생활실태를 방영한 바 있다. 이는 최근 아파트 주민의 악의적이고도 지속적인 갑질로 경비직 근로자가 자살한 사건이 이슈가 된 것이다.
‘임계장 이야기’라는 책을 쓴 조정진 작가는 경비원의 하루 일과를 늙은 소의 하루라고도 표현한다. 이는 결코 과장된 말이 아니다. 자살한 고인의 사무실엔 전자렌지와 변기, 옷을 걸 수 있는 벽과 앉아서 겨우 쉴 수 있는 의자가 함께 있었다. 이보다 좀 나은 조건의 환경도 다소 있겠지만, 수많은 경비직 근로자들이 그와 비슷하거나 더 조건 나쁜 공간에서 일한다.
지하실의 썩은 물을 퍼내거나 석면가루가 떨어져내리는 지하실에서 밥을 먹는 것은 예사다. 비단 근무조건만이 그들을 몰아세우는 것은 아니다. 경비직 근로자는 절박한 본인의 생계 때문이든 어떤 다른 이유에서든, 일자리가 꼭 필요하고 버텨야 할 이유가 존재한다. 반면 젊은이들처럼 부당해고니, 왜 날 자르냐느니 하면서 적극적으로 항쟁에 나서지도 않는다. 말 그대로 고르기 쉬운데 다르기도 쉬운 이들인 것이다.
그래서 주민중 일부겠지만 마음에 안 들면 자른다고 욱박지르고, 잘리기 싫으면 알아서 잘 하라며 폭행과 폭언을 일삼는다. 경비근로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은 꽤 오래 전의 일이다. 2014년에 주민의 모욕을 견디다 못한 압구정동의 경비원이 분신자살을 시도한 이래, 2020년인 지금까지 열 명도 넘는 경비원들이 죽음을 선택했다.
무엇이 그들을 죽음으로, 아파트 주민들을 악마로 만드는 것일까. 경비근로자는 그 기반부터가 불안정하여 항상 자리에 불안을 느낀다. 대표적인 감시적 근로자기 때문에, 고용노동부 장관의 승인을 받았다면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과 휴게, 휴일의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 것은 물론, 일반적으로 챙겨 가는 휴일가산수당, 주휴수당, 연장가산수당 모두를 받을 수 없다.
또 하나의 단점은 편법적인 관행이다. ‘앉아서 근무를 할 수 있다’는 특성을 악용해 근로시간은 줄이고 휴게시간은 늘리는 고용자들도 수두룩하다. 그럼에도 ‘임계장’, ‘고다자’들은 저임금을 받으며 묵묵히 출근한다. 손바닥만한 경비실에서 하루 대부분을 보내는 것 외에도, 제초, 전지, 쓰레기 분리수거, 택배보관등을 돕는 곳도 많다. 근로기준법에서, 경비근로자가 근로시간 보호 대상에서 제외된 이유는 주 업무가 감시업무이므로 정신적 육체적 피로가 적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실제로 경비근로자들이 견뎌야 하는 피로는 어지간한 서비스업 못지않다. 아파트 입주민중 일부는 고령 경비원을 언제든 자를 수 있고, 갈아치울 수 있는 임계장, 고다자로 보는 부류가 많은 것 같다.
정부는 이들의 실태조사와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 대책을 세울 예정이라지만 그 사이에 그 천박하고도 비인간적인 인식이 또 한 명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인식전환이나 규제가 안 된다면 최소한의 제도적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이미 너무 많은 경비근로자들이 고통을 받은 다음이지만....


경기헤럴드 기자 / rch2927@korea.com입력 : 2020년 07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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