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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택 특별칼럼> ‘결혼 포기 세대’


경기헤럴드 기자 / rch2927@korea.com입력 : 2020년 01월 13일
ⓒ 경기헤럴드

논설고문
칭찬합시다 운동중앙회 나경택 총재

이래 전 프랑스 남자와 결혼한 한 여성은 “그곳에서 ‘진짜 결혼식’전에 ‘시청 결혼식’을 먼저 치렀다”고 했다. 신랑과 함께 신분 증명을 담당하는 공무원 앞에서 혼인서약을 하고, 공무원은 혼인선서와 관련된 민법조항을 낭독하는 주례 역할을 맡았다고 한다.
물론 서류 제출만으로 부부 관계를 인정받는 약식 제도도 있지만 “전통적인 프랑스 혼인 절차가 생각보다 까다롭다”고 했다. 미국 연방법도 결혼식 전에 군(county)공무원의 결혼허가서를 먼저 받도록 하고, 독일·영국도 비슷하다. 우리는 간편하다. 결혼식 전후에 상관없이 그리고 둘 다 참석할 필요도 없이 한쪽이 상대방의 신분증과 도장만 갖고 가면 신고가 가능하다.
그래선지 한해 접수되는 혼인 무효 또는 취소 소송이 1000건 안팎이다. 여기엔 ‘나도 모르게 결혼당했다’는 기혼자도 많다. 장관 후보였던 모 인사가 낙마 한 것도 40여 년 전 일방적으로 혼인 신고한 사실이 들통 나서였다. 반대로 “결혼 제도에 묶이고 싶지 않다”는 이유 등으로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사는 사실혼 부부도 많다. 공식 통계는 없지만 40만 명이란 학계 추정이 있다.
가족 정책을 주관하는 여성가족부 진선미 장관도 그중 한 사람이었다. 진 장관은 여권 내 대표적인 페미니스트로 통한다. 과거 동성결혼 옹호 발언도 했다. 진 장관은 작년 인터뷰에서 “우리 사회에서 평등한 가족관계가 만들어질 때까지 혼인신고를 하지 말자고 ‘남자친구’와 약속했다”고 털어놨다. 이 약속은 19년간 지켜졌지만 두 사람은 2016년 총선을 한 달 앞두고 혼인신고를 했다. 진 장관의 남편은 가슴에 ‘진선미 남편’글자를 붙이고, 진 장관은 ‘부산 며느리’를 외치며 선거운동을 했다고 한다.
여가부는 ‘가족의 범위를 사실혼까지 확장한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법적으로 달라지는 문제가 한둘이 아닐 것이다. 상속 등의 문제에서 다툼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한편으로는 저출산 대책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그런데 여가부는 국내 사실혼 부부가 얼마나 되는지, 어떤 불이익이 있는지 실태조사도 안된 상태에서 대통령에게 보고부터 했다고 한다. 결혼을 안 한 상태인 미혼과 달리 비혼은 결혼을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1990년대 후반 비혼이 처음 등장할 때만 해도 여성에게 불합리한 결혼제도를 거부하는 자발적인 선택의 의미가 강했다. 결혼하지 않는 남녀가 늘어난 요즘에는 비혼이 미혼을 대체한 보편적인 용어로 쓰인다. 결혼은 필수가 아니라는 인식 변화가 기저에 깔려 있을 테지만 각종 조사에서 비혼인 이유로 경제적 인 부담이 첫손에 꼽힌다. 울리히 벡, 엘리자베트 벡 부부는 저서 ‘사랑은 지독한, 그러나 너무나 정상적인 혼란’에서 전통적인 규범이 무너진 근대사회에서 파편으로 남겨진 개인기 불확실성을 헤쳐 나가기 위해 공동체를 꾸리게 되는데, 그것이 낭만적 사랑을 통해 결합한 부부라고 봤다.
그런데 울리히 벡이 “특별한 위험사회”라고 했던 우리나라에서 청년들이 결혼이라는 안식처 마련을 포기하고 있다. ‘비혼족’증가는 내일이 오늘보다 나아질 것이라고 보지 않는 청년들의 집단 파업에 가깝다. 취업, 주거, 육아 등 결혼 비용이 지나치게 높다는 호소다. 이런 얽히고설킨 구조적인 문제들은 당장 해결이 어렵다. 먼저 결혼과 출산을 한 쌍이 아닌 각각 별개의 선택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어떤 부모에게서 태어났건 우리사회가 그 아이들을 귀하게 길러내야 한다. 최근 통계청 조사에서 ‘남녀가 결혼을 하지 않더라도 함께 살 수 있다’ 비율은 56.4%, ‘남녀가 결혼을 하지 않더라도 출산할 수 있다’는 비율은 30.3%에 달할 만큼 사회는 변했다!


경기헤럴드 기자 / rch2927@korea.com입력 : 2020년 01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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