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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발자취>다시 읽는 역사 속 명장면 31 신라, 천년의 왕국 3


경기헤럴드 기자 / rch2927@korea.com입력 : 2019년 11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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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한양문화재연구원 이사장 강병학

신라의 왕호(王號) 1
신라는 고구려, 백제와는 달리 지증왕 대에(혹은 법흥왕) 중국식 호칭인 ‘王’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 전까지 독특한 칭호를 사용하였다.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 의하면 신라의 왕호는 거서간(居西干)―차차웅(次次雄)―이사금(尼師今)―마립간(麻立干)―왕의 순으로 변하였다. 왕호의 변천은 신라 사회의 성장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보여 진다.
먼저 거서간이란 칭호는 시조 박혁거세에게만 붙은 칭호이다. 삼국사기 시조본기(始祖本紀)에서는 “거서간은 진한(辰韓)의 말로 왕을 이름이다.”라 하였고, “혹은 말하기를 귀인(貴人)을 부르는 칭호이다.”라고도 하였다.
그리고 삼국유사 신라시조 혁거세왕조에서는 “위호를 거슬한이라고 하였다(位號曰居瑟邯).”는 말의 주(註)에서 “혹은 거서간이라고도 한다.
처음 입을 열어 스스로 알지거서간일기(閼知居西干一起)라 하니, 그 말에 따라 칭한 것인데 그 뒤로 거서간은 왕자(王者)의 존칭이 되었다.”고 하였다. 일기는 한기·한치·큰치의 뜻이다.
거서간 칭호의 사용은 신라의 전신인 사로국(斯盧國)의 성립을 반영하고 있다. 철기문화의 보급 및 벼농사의 진전과 함께 북방으로부터 주민들이 이주해 옴에 따라 경주지역일대에 새로운 사회변화가 있었던 것이다.
이주해 온 주민들은 토성을 쌓고, 철제품을 교역하는 한편, 초기국가체제를 형성하였으며, 그러한 사실을 구체화하여 나타낸 것이 박혁거세의 건국설화이다. ‘박’은 광명을 뜻하고, ‘혁거세’도 역시 밝음을 의미하여 태양숭배민족임과 천신족(天神族)임을 상징하여 그들의 우세를 과시하였다.
이와 같이 거서간은 이주 집단의 하나의 구성원으로서 그들의 세력을 바탕으로 하여 6부촌장들에 의하여서 초기 사로국의 왕으로 추대되었던 것이다.
제2대 남해왕에 대해서는 차차웅이라고 칭하였다. 삼국유사에는 “남해거서간(南解居西干)은 또한 차차웅이라고도 하니, 이것은 존장의 칭호로서 오직 이 임금에게만 칭한 것이다. 혹은 ‘자충(慈充)’이라고도 하는데, 김대문(金大問)의 말로는 차차웅은 방언으로 무당이다. 당시 사람들이 무당은 귀신을 섬기고 제사를 모셨으므로 두려워하고 공경하게 되니, 드디어 존장자를 부르기를 자충이라 하였다.”라고 하였다. 그리고 자충은 또 스승을 존칭하여 부르는 말, 혹은 승려를 뜻하는 말이기도 하였다. 삼국사기 남해 차차웅 조에서도 김대문의 같은 의견이 반영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삼국유사를 썼던 일연이 삼국사기의 내용을 참조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삼국유사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부가하고 있다.
“신라 말의 유명한 유학자 최치원은 <제왕연대력>을 지으면서 모두 무슨 왕이라고 칭하고 거서간이나 마립간 등의 칭호는 사용하지 않았으니, 그 말이 비루하고 거칠어서 일컬을 만하지 않았던 것일까? 그러나 지금 신라의 일을 기록하면서 방언을 그대로 두는 것 또한 옳은 일이다.” 일연의 이러한 신념은 후대에 지금까지 한국 고대의 왕권이나 방언을 연구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경기헤럴드 기자 / rch2927@korea.com입력 : 2019년 11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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