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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소멸시효(消滅時效) 제도의 그늘


경기헤럴드 기자 / rch2927@korea.com입력 : 2019년 10월 17일

ⓒ 경기헤럴드



논설위원 · 전교장 장세창


최근, 악명 높았던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진범을 찾았다. 다만 처벌은 어렵다. 막상 범인은 찾았지만 공소시효가 지나, 정당한 처벌을 집행하기에는 절차적 어려움이 있다는 것. 바로 ‘소멸시효제도’의 그늘이라 볼 수 있다. 대한민국 헌법에서,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는 취지 아래, 권리자가 자신의 권리를 오랫동안 행사하지 않을 경우 권리자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 ‘소멸시효제도‘다.
소멸시효의 형사사건 버전으로, 어떤 죄를 범했을 때에도 일정 기간 이상이 경과하면 국가 소추권이 소멸되는 `공소시효’도 있다. 이렇게 될 경우에는 공소 제기가 불가능해진다. 즉, 기소가 안 되므로 사실상 무죄나 다름없어진다는 것이다. 이런 공소시효에 대해서는 예로부터 말이 많았다.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십 년, 이십 년, 삼십 년쯤 숨어 살면 무죄가 되느냐는 불만도 많았고, 죄는 옅어질지언정 사라지지 않는다는 외침도 있어 왔다. 실제로 이와 같은 사건. 연쇄살인사건이나 또 다른 살인사건의 피해자 유족들은 공소시효가 끝나 처벌할 수 없다는 말에 울분을 터뜨린다.
왜, 국가는 공소시효라는 제도를 운영하는 것일까. 명시된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로는 법률관계의 조속한 종결을 위해서다. 범죄자가 자체적으로 사회화 과정을 거쳐, 건전한 구성원으로 복귀하라는 취지다. 둘째로는 국가형벌권에 대한, 최소한의 자기구속이라는 이야기다. 범죄자에게는 벌을 받을 의무가 있지 않다고 하지만, 반면 국가는 범죄자를 잡아서 벌할 책무가 있으며, 여기서 공소시효는 국가 스스로 범죄자를 잡지 않은 책임을 부담하라는 일종의 사슬이다. 셋째는, 수사력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해서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아도, 수사기관이 지닐 수 있는 수사인원 및 수사력은 한정적이다.
그런 상황에서 풀리지 않는 숙제, 돌아올 수 없는 미궁만 돌고 있으면 해결 가능한 시급한 사건들이 미제로 남는다. 그런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채택된 것이 바로 공소시효이다. 즉,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는 개념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그러나 국민들의 요구로 인해 살인죄의 공소시효 폐지 내용을 담은 일명 ‘태완이법’이 2015년 국회를 통과했다. 살인죄가 공소시효에서 배제되는 것은 2015년 7월 31일부터였는데, 그전의 범죄, 즉 아직 공소시효가 완성되지 않은 범죄에 대해서도 소급적용하는 조항이 있다.
그렇지만 화성 연쇄 살인사건의 경우, 법 개정 전에 시효가 완성되고 말았다. 그리고 이러한 사건, 종전에는 미제로 남았고 우연한 계기로, 또는 과학수사의 발전으로 해결이 가능한 수많은 강력범죄들이 아직 대한민국 사건기록실에는 수없이 잠자고 있다고 한다. 영화 ‘살인의 추억’으로 화성연쇄살인사건은 전 국민적 관심을 받았고, 진범으로 추정되는 유력한 용의자가 밝혀졌으나, 공소시효가 완성되었기에 그의 살인죄를 처벌할 수 없다. 수사는 실체적 진실을 밝혀내기 위한 것이다. 꼭 기소가 아니더라도, 관련법이 개정되어 한 많은 이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달래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경기헤럴드 기자 / rch2927@korea.com입력 : 2019년 10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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