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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장수(長壽) 리스크(Risk)


경기헤럴드 기자 / rch2927@korea.com입력 : 2019년 08월 10일
ⓒ 경기헤럴드


 논설위원 · 전 교장 장세창


장수(長壽) 리스크(Risk). 연금과 보험에서 자주 사용되는 용어다. 뜻도 간단하다. 장수: 오래사는 것, 리스크: 위험. 오래 사는 것을 축복이 아니라 위험으로 간주한다는 이야기다.
예전, 우리 사회는 환갑만 넘겨도 동네에서 축하 잔치를 하곤 했다. 지금은 장수 리스크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오래 사는 것은 왜 축복이 아닌 위험이 되었는가. 고령층의 비중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연금 관계자들은 노인들의 가장 고통스러운 상황을 두세 가지로 정의한다. 첫째는 돈 없이 오래 살기, 둘째는 아픈 상태로 오래 살기, 셋째는 홀로 오래 살기.
돈 없이 오래 사는 것은 당사자로선 끔찍한 일이다. 청년실업률이 높아지면서 노인들은 연금이나 은퇴 전 모아놓은 소득이 있을테니 괜찮을 것 아니겠는가 하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2011년,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48.8%로 국내 최고점을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서는 가장 높은 수치다. OECD 회원국들의 노인빈곤율 평균은 불과 14%, 국내와는 어마어마한 차이를 보인다.
노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면 소득대체율이 은퇴 전 소득의 6~70%는 유지되어야 한다. 다만 OECD 평균은 50%대, 한국은 2017년 기준 40% 아래이다. 기초연금이니 국민 연금이니 여러 혜택들이 있어도 노인들이 기초 생계를 유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아프면서 오래 사는 것도 문제다. 인간의 몸은 사고(事故)로부터 자유롭지 않지만, 그만큼 강하기도 하다. 질병에 걸리거나 다친 상태로 오래 살게 되면 그만한 천형(天刑)도 따로 없다. 부양해 줄 가족이 있어도 문제고, 없어도 문제다. 병실에 누워서, 혹은 방에 누워서, 다가 올 차도(差度)나 죽음을 무한히 기다리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고통이다.
치매관리법과 장기요양보험 등, 어떤 여러 혜택들은 있겠지만 그것만으로는 불안을 해결할 수 없다. 다음으로는 혼자 사는 문제다. 배우자를 잃은 경우, 부득이하게 홀로 살 경우, 그 외의 많은 경우에 노인은 중∙장년층보다 더욱 외롭다. 문화시설은 바라지 않더라도 노인이 설 자리는 나날이 줄어든다. 아무 이유 없는 현상은 아니라 할지언정, 노인혐오 및 노인학대가 더더욱 가속화되고 있는 것 역시 사회 문제의 일축이다.
한국의 노인자살률은 10만 명당 58명. 무려 OECD 평균의 세 배에 이른다. 고령화 곧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는 생산성 하락, 생산 감소에 이어 경제 전체의 수요 둔화까지 불러일으킨다. 노인에게 새로운 일자리나 사회의 핵심적 일자리를 맡기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노인들을 또한 방관해서는 결코 안 된다. 정부에서도 노인복지 확대를 위해 노력하겠지만 선거대비나 보여주기식은 국민의 눈에 더 잘 띈다. 노인들이 잘 할 수 있는 일을 창출하고, 현실적인 복지를 실현하며, 세금을 써서 제공한 복지가 다시 수익창출의 사회구조로 환원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미 한국은 고령화의 가속이라는 열차 안에 들어섰다. 어차피 브레이크를 걸 수 없다면, 올바른 선로들을 준비해서 열차의 탈선을 막는 것이 최선은 아닐까.


경기헤럴드 기자 / rch2927@korea.com입력 : 2019년 08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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