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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택 특별칼럼> 총선 걱정 김여정의 막말


경기헤럴드 기자 / rch2927@korea.com입력 : 2020년 03월 25일
ⓒ 경기헤럴드

논설고문
칭찬합시다 운동중앙회 나경택 총재

2010년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북한이 천안함을 폭침시켰다. 이에 대한 분노가 국민의 안보 심리를 자극해 여당이었던 한나라당에 유리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자 북한 매체들은 일제히 ‘전쟁 발발’을 위협하며 “전쟁 도발 책동세력에 철추를 내려야 한다”고 했다. 야당이었던 민주당은 북의 전쟁 위협을 이용해 ‘이번 선거는 전쟁이냐 평화냐의 선택’이라고 외쳤다. 결과는 민주당의 압승이었다. 세계에서 미국 정치를 가장 열심히 연구하는 나라는 물론 미국이다.
그러나 2위는 북한이라는 얘기가 있다. 북한 입장에서 미국 정치를 이해하고 예측하는 것은 사활이 달린 일이다. 트럼프 탄핵과 관련한 동향, 미국 민주당 대선 주자 경선 상황을 북한만큼 들여다보고 있는 외국도 없을 것이다. 북은 미국에 관심을 갖는 그만큼 한국 정치도 치밀하고 들여다보고 있다. 한국 대통령 선거의 향방은 북한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북을 방문한 한국 정치인들은 북한 관계자들이 한국 정치 돌아가는 사정을 너무 시시콜콜이 알고 있어 놀랐다고 한다. 한국의 각종 선거를 연구해온 북한은 한국 유권자들의 집단 심리도 잘 파악하고 있다.
2010년 지방선거 때는 한국 유권자들의 ‘전쟁 공포’를 제대로 읽어낸 것이었다. 북한 매체가 ‘오만하면 심판 받는다’라는 제목의 글을 싣고 민주당이 이번 총선에서 교훈 삼아야 한다고 했다. 이 매체는 “민주당이 안정적 지지세를 유지하는 것은 제1야당의 행태에 대한 반사이익에 기인한다”며 “자칫 자기도취나 진영에 매몰되면 선거는 예측 불허가 될 수 있다”고 훈수를 뒀다. 또 다른 매체는 “결국 안철수의 정체는 비례자유한국당”이라고도 했다. 당장 TV정치 토론에 나와도 될 정도다.
북한 매체의 글은 한국 좌파매체에 실린 기고문을 베낀 것이라고는 하지만 핵심은 제대로 짚었다. 한국선거에서 오만과 자만은 실패로 가는 길이다. 북한도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이 혹시라도 이길로 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모양이다. 북한은 문 정권을 향해 ‘겁먹은 개’ ‘삶은 소 대가리가 웃을 일’, ‘멍텅구리’, ‘설레발’같은 말로 조롱하지만 선거에서 민주당이 패하는 것은 결코 원하지 않는다.
그래서 민주당에 훈수를 둘 때는 “바른 소리를 귀담아들으라”고 당부한다. 계속된 대북 제재로 김정은 집단도 점차 한계 상황에 노출되고 있다. 한국 정권을 향해 ‘선거 리스크를 잘 관리하라’고 걱정하는 걸 보면 북한도 이번 총선이 조마조마한 듯하다. 북한이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의 명의로 ‘청와대의 저능한 사고방식에 경악을 표한다’는 담화를 내고 청와대를 맹비난했다. 전날 북한의 초대형 방사포 도발에 청와대가 유감을 표명한 데 대해 담화는 “주제넘은 실없는 처사” “적반하장의 극치”라며 “그렇게 완벽하게 바보스러울까”라고 비아냥거렸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달리 할 말이 없다”고 했고, 통일부도 “남북이 상호 존중하며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만 했다. 북한이 한때 김정은의 ‘평화 메신저’로 통했다. 김여정까지 내세워 대남 비난에 나선 것은 공세 수위를 한층 높여 대형 도발을 협박하기 위한 메시지 증폭용일 것이다. 북한 도발을 전후해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 보건 협력을 제안하고 통일정부가 대북 개발관광 등 새해 추진계획을 내놨지만 결국 이런 수모를 자초한 꼴이 됐다.
이른바 ‘백두공주’까지 나서 상스러운 막말 공세를 편 것은 그만큼 절박하다는 방증이 아닐 수 없다. 김여정이 사실상 그 자리를 꿰찼다는 분석이 맞는다면 북한은 이제 명실 공히 ‘남매 정권’이 된 것이다.
자립갱생을 외치지만 북한의 선택지는 비핵화 없이는 굶주림뿐이다. 민심 이반에 정권 보위조차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경기헤럴드 기자 / rch2927@korea.com입력 : 2020년 03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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