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택 특별칼럼> ‘이세돌 인간 창의력’
경기헤럴드 기자 / rch2927@korea.com 입력 : 2020년 02월 0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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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고문
칭찬합시다 운동중앙회 나경택 총재
바둑의 선과 목숨을 걸고 대국한다면 몇 점을 놓겠습니까?”“음... 넉 점은 놔야겠지요.” 1970~80년대 세계 바둑계를 호령하던 시절 대만 출신의 린하이펑(임해봉)9단은 신과 두려면 넉 점은 먼저 놔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 후 수십 년 뒤인 2016년 구글의 딥마인드가 개발한 알파고의 등장으로 인류는‘바둑의 신’을 현실에서 목격하게 됐다. 이세돌 9단과 세기의 대국을 펼친 알파고는 이 9단에게 4승 1패를 기록했고, 이듬해 5월 업그레이드된 알파고는 세계 1위 중국의 커제 9단을 3연패시키고, 정상급 기사 5명과의 단체대국도 불계승을 거뒀다. 알파고-커제 대국을 지켜보던 정상급 고수들은“앞으로 인간이 알파고를 이길 희망이 없는가”라는 질문에“아마도,,,”라며 말을 흐렸다.
그 후 인공지능(AI)바둑프로그램은 더 높은 고수의 경지에 올랐다. 현재 중국의 텐선트그룹이 알파고의 딥러닝 방식을 본떠 개발한 줴이가 AI최고수 왕좌이고, 칭화대가 개발한‘골락시’에 이어 한국의‘한돌’‘바둑이’, 일본의 'AQZ'가 각축을 벌이고 있다. 기력 측정을 하는 EIO 레이팅에 따르면 인간 최고수는 3600점대인데 줴이는 5000점, 한돌도 4800점을 찍었다. 이론적으로 레이팅이 400점 이상 차이 나면 호선바둑(맞바둑)이 불가능하다. 이세돌 9단이‘한돌’과의 1번국에서 불계승을 거뒀다.
이 9단이 2점을 깔고 두는 접바둑이었지만 덤 7집 반을 한돌에게 주는 것이어서 실제 치수는 1.5점에 불과했다. 다들 한돌의 우세를 점쳤다 그런데 한돌이 갑자기 무리수를 뒀다. 이 9단은 이것을 정확히 응징해 한돌의 항복을 받아냈다. 공교롭게도 이 9단의 응징수가 78번째 수였다. 이 9단이 알파고와의 대결 4국에서 이겼을 때 역전의 시발점이 된‘선의 한 수’도 78수였다. 한돌이 패한 이유는‘장문’(한돌을 포위해 잡음)이란 아마추어도 아는 수를 제대로 못봐 석 점이 잡혔기 때문이다. 한돌의 실수가 이세돌의 묘수 때문인지. 프로그램의 오류인 버그 때문인지는 모른다.
사실 한돌은 호선바둑만 공부해왔고 접바둑 준비기간은 한 달 반 남짓하다는 약점이 있었다. 이세돌은 이름부터 별난다. 많은 사람들이 한글 이름인줄 아는데, 아니다. 세상 세(世) 돌돌(乭). 세상의 돌, 바둑으로 세상에 이름을 떨쳐라. 전남 신안군 비금도의 교사 출신 농부 선친이 지어준 이름이다. 돌은 우리나라에서 만든 한자다. 중국에서 열리는 대회에서 이세돌은 이세석으로 출전했다. 이세돌은 1983년 태어났다. 아홉 살에 서울로 바둑 유학을 왔다. 열두 살이 되던 95년 프로기사가 됐고, 중학교 3학년 때 학교를 그만뒀다하여 그의 최종학력은 중학교 중퇴다. 국제대회에 우승해 병역 특례 대상자였으나 애초부터 현역 입영 대상자도 아니었다. 이세돌은 24년 4개월의 바둑기사 생활 동안 모두 50번 우승을 했다. 전체 승률은 69%가 조금 넘는다. 상금도 98억 원을 벌었다.
은퇴 대국료는 1억 5000만 원이었다. 여기에 승리수당 5000만원이 더해졌다. 이세돌보다 더 어린나이에 입단한 프로기사가 네 명이나 있다. 조훈현·이창호·조혜연·최철한, 우승 기록은 조훈현과 이창호에 한참 못 미친다. 예전보다 대회가 준 탓도 있겠으나 최연소 입단 기록도 이창호가 갖고 있다. 무엇보다 이세돌은 바둑 올림픽이라 불리는 응씨배 우승 기록이 없지만 이세돌은 인공지능을 상대로 승리한 최후의 인간으로 남을 것이다. 가장 기계 같은 바둑을 둬 다른 인간은 이길 수 있어도 기계를 이기기는 어렵다.
기계처럼 차가운 승부사였던 이세돌은 마지막 대국에서 비로소 인간으로 돌아왔다. 낭만의 시대. 인간의 시대는‘비금도 소년’의 퇴진과 함께 저문 듯 했다! |
경기헤럴드 기자 / rch2927@korea.com 입력 : 2020년 02월 0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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