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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택 특별칼럼> 국민생명 위협 미세먼지


경기헤럴드 기자 / rch2927@korea.com입력 : 2019년 03월 13일
ⓒ 경기헤럴드

논설고문
칭찬합시다 운동중앙회 나경택 총재

예부터 비 오기를 기원하는 제사는 있었으나 없던 비바람이 불기를 비는 의식은 없었다.
그러나 영남과 제주에서는 음력 2월 초하루면 풍신제를 열어 바람 신인 ‘영등할매’가 순순한 비바람을 몰고 오길 빌곤 했다. 영등할매가 딸을 데리고 오면 바람 살살 부는 맑은 날씨가, 며느리와 함께 오면 비바람과 함께 꽃샘추위가 닥친다고 했다.
우리 민족에게 바람은 그만큼 조심스러운 자연현상이었다. ‘바람 피우다. 바람 들다. 바람 잡다. 바람 넣다...’우리말에는 바람의 느낌이 대개 부정적이다. 유행가 가사도 바람이 불기보다는 멈춰달라는 쪽이다. 조용필은 “바람아 멈추어라 촛불을 지켜다오”라고 했고, 전영록은 “바람 불면 떠날 사람인데 바람아 멈추어다오”라고 했다.
그런데 미세먼지 때문에 바람은 모든 국민이 간절히 바라는 자연현상이 됐다. 예전 황사때는 민감한 사람만 마스크를 쓰는 줄 알았는데 요즘 코와 입을 덮고 다니다 보니 이런 풍경에 익숙해진다. 안 쓰고 버티면 이상할 정도다. 무슨 재난 종말을 그린 영화장면 같기도 하다. 답답하다고 얼굴 내놓고 그냥 다니자니 연일 지면을 압도하는 미세먼지 소식에 불안하다. 1950년대 런던에서 스모그로 1만 명 넘게 죽었다. 그때 지금 같은 마스크를 썼다면 인명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한다.
지하철을 탄다고 안심할 수 없고 운전 할 때도 마스크를 써야 한단다. 아주 작은 미세먼지는 피부까지 뚫고 들어간다니 어떻게 해도 피할 수 없다. 미세먼지는 중국의 영향이 절반이나 되고 위성사진을 봐도 명백한데 정부는 물론 환경단체도 중국에 아무 말도 못하고 있다. 게다가 중국은 지난 5년간 나름대로 노력해 대기 오염도를 3분의 1가량 줄였다고 한다. 우리 정부는 대책이라곤 없으니 국민은 바람 불기만 기다린다. 그런데 지구온난화 때문에 적도와 극지방의 기온차가 줄면서 지구의 바람 자체가 약해졌다는 학설까지 신경 쓰인다.
미세먼지가 더 견딜 수 없는 상황까지 왔다. 국민 모두가 우울증에 걸릴 것 같다고 한다. 어린 아이들 키우는 집은 부모 속이 타들어간다.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사상 처음 닷새 연속 시행됐다. 석탄발전소가 밀집한 충남에 가까운 충북 청주는 초미세먼지 최고 농도가 공기 ㎥당 239mg, 전북 전주에선 237mg까지 기록했다. 제주도에서도 처음으로 비상 저감조치가 시행됐다. 중국은 미세먼지 대책에 결사적인데 한국은 거의 방치상태라는 것이 대조적이다. 중국은 2013년부터 5년 동안의 대기오염 방지 5개년 계획기간 동안 우리 돈으로 270조원의 예산을 썼다고 한다. 철강생산 능력 8000만t을 퇴출시키고 2000만대 노후 차 폐기, 470만개 석탄 보일러를 가스·전기보일러로 교체했다.
베이징시는 먼지 오염 업체의 공공사업 입찰 자격을 일정 기간 박탈했고 6만개 요식업체의 기름 연기 배출을 모니터링하고, 노천 양꼬치 구이까지 금지했다. 그 결과 2013년 89mg이었던 베이징 공기가 2017년 58mg까지 개선됐다. 인력·예산을 투입해 필요한 일 하는 게 정부 소임이다.
국민 생명 지키는 일에 돈 쓴다고 타박할 국민은 없다. 당장 노후 경유차, 화력발전 감축 등 실질적 대응에 주력해야 한다. 환경부 장관의 긴급보고를 받은 문재인 대통령이 학교에 대용량 공기정화기를 설치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우리 국민은 과거를 빨리 잊는 망각증에 빠지기도 하지만 한번 마음먹으면 기적을 일궈내는 저력을 갖고 있다.
미세먼지 해소는 후손들 운명까지 걸린 절체절명의 과제로 시급한 현실이다.


경기헤럴드 기자 / rch2927@korea.com입력 : 2019년 03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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