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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권리에 따르는 책임


경기헤럴드 기자 / rch2927@korea.com입력 : 2019년 03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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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설위원·전 교장 장세창

표리부동表裏不同은 겉과 속이 같지 않다는 뜻으로, 속마음과 다르게 말하거나 행동하는 것을 말한다. 이 사자성어가 딱 맞아떨어지는 일이 최근 발생했다. 성매매 근절 운동을 표방하며 활동해 온 시민단체의 대표가 유흥업소 업주를 협박한 혐의로 경찰의 수사를 받게 된 것.
조폭과 경찰, 업소와 공무원 등등의 유착은 기존에도 몇 번씩 불거져 왔던 우리 사회의 민낯이다. 다만 인식이 개선되고 조직이 청렴해지며 이젠 간간이, 잊을 만할 때쯤 터지는 이슈 정도로 규모가 작아졌다. 이번 협박 사건은 경찰이나 수사관이 아닌 시민단체 대표가 주도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규모나 기간도 결코 짧지 않다. 공익과 시민 인권을 위해 힘써야 할 시민단체가 용역 깡패나 할 짓을 일삼아 온 것이다.
경기 오산경찰서는 2019년 2월 8일, 해당 시민단체 대표 K(38)씨 등 8명을 공동협박·공동강요 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K씨를 포함한 8명은 2017년~2018년까지, 오산과 수원, 화성 일대의 유흥업소 업주 14명을 대상으로 불법영업을 신고하겠다고 협박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른바 공동협박의 카르텔을 만든 것이다.
시민단체 대표가 무슨 힘이 있어서 업주를 협박했을까. 그 배면에는 치밀한 전략이 깔려 있음이 알려졌다. K씨는 우선 “단체에 가입하지 않으면 성매매방지법이든 소방시설법이든 엮어서 문을 닫게 하겠다”고 협박하고, 그러고도 말을 듣지 않으면 ‘자폭신고’, ‘콜 폭탄’ 등의 수법을 동원해 영업을 방해했다.
자폭신고는 유흥업소 방문자로 가장한 뒤에 경찰서에 불법행위를 신고하는 것, 콜 폭탄은 업소 자체로 분 단위 전화를 걸어 영업을 방해하는 수법이다. 사건이 불거진 계기는 피해자 가운데 일부의 고소였다. 불법행위를 하지 않는 유흥업소를 운영하는데도 영업 방해가 계속되자 업주들이 K씨를 고소한 것. 지역 내 유흥업소들을 통제 하에 두고 이권을 챙기려던 욕심이 과했다. 사태의 근원에는 ‘누구나 될 수 있는’ 시민단체 대표직이 있었다.
후에 밝혀진 바에 의하면, K씨는 특정 성매매 알선 사이트 측으로부터 거액을 받고 콜 폭탄 수법으로 다른 성매매 알선 사이트의 운영을 방해한 이력도 있다고 한다. 현재 “K씨로부터 마약 성분이 든 음료를 받아 마시고 성폭행을 당했다”는 고소장도 경찰에 접수된 상태라고 한다.
경기도가 성매매 근절 및 미투 지지운동을 벌여왔던 이 단체의 비영리단체 지위를 말소하는 절차를 진행중이라고도 한다. 권리에는 책임이 따르며, 자리에는 무게가 따른다. 법망의 허술한 부분에는 악의 싹이 자생하기 마련이다. 법의 바깥에서 불법영업을 자행한 업소가 문제인가, 그들을 먹잇감으로 잇속을 챙기려는 ‘꾼’이 문제인가. ‘시민단체 대표’라며 업주들에게 상납금을 받던 K씨는 과거 성매매 업소를 운영했던 전력이 있다고 한다.
공신력 있는 자리에 앉을 사람은 그만큼의 자격이 되는지를 항상 되돌아 보아야 하며, 단체원들은 그들 단체의 올바름을 끊임없이 점검하며 자문해야 할 것이다. 불법을 뿌리 뽑는 것은 바로 시민들의 윤리의식이다.


경기헤럴드 기자 / rch2927@korea.com입력 : 2019년 03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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