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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택 특별칼럼> 의사의 죽음 헛되지 말자


경기헤럴드 기자 / rch2927@korea.com입력 : 2019년 01월 30일
ⓒ 경기헤럴드

논설고문
칭찬합시다 운동중앙회 나경택 회장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희생된 고 임세원 서울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어머니가 아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아들아, 바르게 살다 가줘서 고맙다”
납골(봉안)공원에 함께 있던 가족과 동료들은 오열했다. 단장의 고통에 빗대는 자식 잃은 슬픔을 삼키면서도 어머니는 누구를 원망하는 대신 아들의 삶에 감사했다. 어머니는 ‘남보다 잘 살아라’가 아닌 ‘바르게 살아라’라고 가르쳤다. 아들은 삶으로, 또 죽음으로 이를 실천했다. 임 교수에게 진료를 받았던 환자들은 임 교수가 평소 환자의 아픔에 진심으로 공감하던 ‘좋은 의사’였다고 했다. 예약 없이 불쑥 찾아온 환자를 진료시간이 지났는데도 거절하지 않았다가 참변을 당했다.
장례식장에는 그를 추모하는 환자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고 동료 의사들은 “이렇게 환자가 많이 찾는 의사 장례식은 처음 본다”고 말했다. 생명이 위급한 순간에도 두 번이나 멈칫한 채 뒤를 돌아보며 “도망쳐” “신고해”를 외쳐 주변 사람들을 구했다. 유족들의 의연한 태도에도 숙연해진다. 임 교수의 죽음으로 정신질환자에 대한 비난여론이 거세지자 ‘정신적 고통을 겪는 모든 사람이 사회적 낙인 없이 적절한 치료와 지원을 받는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 유족의 뜻’이라고 밝혔다.
하마터면 정신질환자의 일탈로 귀결될 뻔한 사회적 논의의 방향이 발전적으로 바뀌었다. 조의금은 병원과 학회에 기부해 이들의 치료를 돕는데 쓰겠다고 했다. 사랑하는 가족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사회적 의미로 확장시킨 것이다. 유족들은 대한신경정신의학회에 ‘감사의 글’을 보내 재차 당부했다. 참척의 고통 속에서도 ‘감사’를 말할 수 있는 유족들로 인해 가슴이 먹먹해 진다. 유족들은 고인에게 “생명이 위협받는 순간에도 주위를 살펴봐줘서 고마워요. 그 덕분에 우리가 살았어요, 우리 함께 살아보자는 뜻 잊지 않을께요”라며 작별인사를 했다.
조울증 환자가 의사를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이날은 의료진에 대한 폭력은 한층 무겁게 처벌하는 법이 통과 된지 나흘밖에 되지 않았다. 범인은 복도로 몸을 피한 의사를 쫓아가며 흉기를 휘둘렀다. 병원 내 환자와 가족 간호사 모두 위험했다. “정신과 만 이라도 금속 탐지기를 설치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본분을 잊어 욕먹는 의사도 많다. 그러나 의사는 폭언과 폭행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도둑놈’ ‘사기꾼’소리부터 쌍욕까지 들어보지 않은 의사가 없다고 한다. 꼭 필요한 검사를 해도 ‘돈벌이’라 욕하고 검사를 안 하면 ‘무성의하다’고 삿대질이다. 처방 때문에 부작용이 생겼다고 트집 잡고, 치료를 받아도 상태가 좋아지지 않는다고 주먹을 휘두른다. 젊은 여의사에게 진료 끝나고 만나자고 하는 환자, 간호사가 주사 놓으려고 할 때 바지를 다 벗는 환자까지 ‘진상’도 가지가지다.
2017년 병원 내 폭력은 이웃 나라도 비슷하다. 중국에서는 의사들이 모여 호신술로 쿵푸를 배우거나 진료실에 있는 의자 같은 집기로 폭력을 방어하는 기술을 가르쳐 주기도 한다. 일본에서는 의사의 40%, 간호사의 90%가 응급실에서 폭력을 당한 적이 있다고 했다. ‘의료의 질과 안전학회’라는 단체가 만들어져 폭력 대비 캠페인을 꾸준히 벌이고 있다. 의사들은 작년 ‘문재인 케어’를 비판하며 거리 시위에 나섰다. 미용실·성형을 제외한 모든 항목의 치료비를 보험 처리하면 중소병원과 동네 의원들이 파산한다고 하소연하다.
최근엔 환자 사망이 오진 때문이라며 의사들이 법정 구속되자 다시 서울시청 앞에 모였다. 이들은 “1심 유죄로 사람이 감옥에 갔는데 2심에서 무죄 받으면 1심 판사를 구속하느냐”고 했다.
내 자식만 바라보는 부모에게, 각자도생에 버둥대는 우리에게 고인과 유족이 남긴 울림이 메아리처럼 퍼져나간다!


경기헤럴드 기자 / rch2927@korea.com입력 : 2019년 01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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