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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수리골의 선비들의 숨결


경기헤럴드 기자 / rch2927@korea.com입력 : 2018년 12월 29일
ⓒ 경기헤럴드


시인 이서연

무성했던 잎을 다 떨어낸 나목이 추위를 견디며 인내의 시간을 보내는 계절이면 냉엄한 현실을 살아가는 여러 삶을 살펴보게 된다. 사람마다 각자 모습이 다르듯 살아가는 방법도 다르다. 때로는 삶의 방식, 인생을 풀어가는 철학에 표준 기준이 있을까 싶을 만큼 삶에 대한 기준도 사람마다 다르고, 그 평가 방식도 다르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철학이 부재한 세상, 기준 없는 삶에 대해 누군가는 판단하고 걱정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을 만큼 혼돈으로 흐르고 있다.
혁신과 방안이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지만 고질적이다 싶을만큼 우리나라 교육은 인간다운 사람으로 살아가게 하는 원칙이 있는가 그 정체성마저 여전히 의심되고 있고, 정치· 사회· 경제분야가 모조리 개혁대상이 되고 있다. 문제는 그 개혁을 하는 기준이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무엇에 의한 개혁이고, 그 개혁의 방향은 과연 바른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오로지 경쟁시대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상대를 밟고 올라가는 것이 치열하게 시대를 살아가는 기준이 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이런 암담한 시대에 답답한 현실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되돌아보면서 인간의 본질적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선비들이 있다. 우리나라 근대사와 발자취를 함께 하면서 인생의 표본을 보여 주신 <수리골의 선비들>이다.
평안남도 순천에서 월남하여 지나치면 화가 되고 부족하면 욕심이 생겨 혼탁해 지기에 중용사상으로 인생의 중심을 잡고 지혜와 도전의 정신으로 살아오신 관봉 조창도 회장, 춘천에서 사범대학을 나온 후 교육계에서 효와 인본 사상으로 후학들 지도에 헌신하신 후, 시조시인이 되어 문단의 거목으로 자리잡고 계신 박근모 시인, 경남 밀양에서 태어나 경상인의 뚝심과 의지로 하늘의 뜻을 헤아리며 오로지 이웃과 국가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투철한 사명감을 다하는 손병기 시인, 충남 천안 출신으로 정직과 성결한 삶으로 교육상을 세우며 다양한 방면의 봉사로 후학들의 모범을 보이신 이규식 교수가 그 주인공들이다.
이제는 역사의 뒤안길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일제 말기부터 6.25동란 이후의 현대사는 그 누구의 인생도 넉넉하고, 순탄하고, 여유롭지 못했다. 또한 시대의 흐름에 고된 역경을 받아들이고 견디는 세월엔 참으로 눈물겨운 부분이 많았다. 그런 세월 속에서도 이 네 선비들은 낙후된 국가를 일으키기 위해 동분서주하면서 지도자로서의 면목을 갖추며 인생을 살아왔다. 그럴 수 있게 된 것은 넉넉한 뒷바라지가 있었거나 행운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오로지 자신들의 희생정신과 뜨거운 애국심, 애민사상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즉 민족의 역사를 관통해 온 이분들의 삶에는 성실과 책임, 묵묵한 헌신이라는 타이틀이 붙게 된다. 또한, 어떤 목적을 향해 전념함에 있어 밑바탕에는 사람을 중요시 여기는 사상이 뿌리 깊게 깔려 있다. 어느 분야에서 역량을 발휘하더라도 낮은 자세로 임하는 겸손의 도덕적 가치관이 뚜렷하고 더불어 살아가고자 하는 이타정신이 강하다. 자신의 명예와 욕심보다 더불어 살아가는 일에 중점을 두고 자신이 세운 공로를 대중의 공덕이 되게 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마음을 쓰며 산다는 것은 상당한 경지를 가진 분들임을 증명한다.
이 사회에 이런 분들의 인생을 살펴보는 것은 이 시대가 이런 분들의 정신과 활동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되새겨야 한다는 점과 점점 자기중심적으로 변하는 시대에 흔들리고 있는 정체성과 가치관을 바로 세우는데 꼭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인생의 어느 부분에서는 다시 기억하기 힘든 고비가 있고, 한편으로는 영원히 간직해야 할 감동적인 순간도 있다. 그런 지난날을 회고하며 후세들에게 현실을 직시하고 미래를 위해 어떤 철학으로 살아야 하는가를 제시해 주는 선비들이 수리골에 계시다는 것은 그 자락에 살고 있는 지역 주민들에게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젊은이들에게 고맙고 자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새해를 여는 시기에 보다 많은 사람들이 수리골 선비들의 숨결을 가까이서 깊이 느느끼며, 한 해 소망과 희망을 만들어 갈 수 있기를 바란다.


경기헤럴드 기자 / rch2927@korea.com입력 : 2018년 12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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