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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수리사 산사 음악회 유감


경기헤럴드 기자 / rch2927@korea.com입력 : 2018년 11월 09일
ⓒ 경기헤럴드


청원미학역사연구소 소장 이근우

수리산 단풍잎이 곱게 물들어 가던 아름다운 가을날 토요일 오후 1시,
수리사 대웅전 앞마당에 설치된 무대 앞에 일찌감치 자리를 잡고 즐거운 마음으로 산사 음악회를 기대하며 시작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몇 몇 사전행사 진행후 한 없이 늦어지는 본 음악회의 시작으로 인해 기대는 지루함으로, 지루함은 점차 짜증과 분노로 변해 가고 있었다. 20~30분도 아니고 1시간 30분 이상 시작이 늦어지는 이유가 다름이 아닌 내빈들 즉 지역 정치인들과 시 고위 관리가 도착하지 않아서라니 그야말로 구태요, ‘주객전도’란 말은 이럴 때에 쓰는 말이 아닐까한다.

내빈들이 도착할 때까지 시작을 늦추느라 안간힘을 쓰는 사회자가 안쓰럽기 까지 했다. 이미 1시간 여 전에 참석해 있던 여러 사찰 스님들과 많은 시민들 대하기가 민망했던지, 수리사 주지 스님도 진행이 매끄럽지 못해 미안하다며 농반 진반으로 “내빈들에게 2시, 즉 시작 후 1시간 안에 오실 수 없으면 참석치 말라고 했다”며 간접적이나마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내빈들 도착을 기다리며 시작을 한 동안 늦춘 사회자의 진행도 매끄럽지 못했을 뿐 아니라, 더욱 이해가 가지 않았던 것은 “다른 행사 때문에 늦었다”며 별 미안한 기색도 없이 여유롭게(?) 마이크를 잡은 군포시 고위 인사의 모습이었다.

‘시민 우선 사람 중심 군포’란 구호가 무색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결국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 분노와 실망감이 밀려와 음악회의 시작도 보지 않고 일어나 수리사를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시간을 보니 거의 오후 3시에 육박하고 있었다.

수리사 언덕길을 내려오며 만감이 교차하였다. 선거 때만 되면 한 없이 낮은 자세로 기꺼이 시민들의 종이 되기를 자처하던 위정자들의 모습들은 간 곳이 없고, 마치 자신들이 참석하는 것이 행사를 엄청 빛나게 하는 줄 착각해 마지않는 듯한 모습과 그러한 행태들을 당연한 듯 받아들이는 상당수 시민들의 모습들이 한 동안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렇게 바쁜 인사들이 꼭 참석해야 주최 측의 체면이 서고 행사가 빛이 나는가? 그렇게 뒤늦게 참석하여 행사 진행에 걸림돌이 됨은 참석자들에 대한 무례이며, 늦게 왔으면 조용히 뒷자리에 앉아 음악회 진행에 방해 되지 않도록 최대한 낮고 겸손한 자세로 처신함이 진정으로 주인인 시민들이 음악회를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하는 올바른 처세가 아닐까 싶다.

황금 같은 토요일 오후, 시민들은 아름다운 음악을 즐기러 온 것이지, 그들의 얼굴을 보기 위해서, 그리고 판에 박힌 인사말들을 듣기 위해 온 것이 아니었다.

문화의 시대를 맞이하여 예술인들의 자존심과 자부심이 살아 숨 쉬는 사회,
세속 정치인들의 그릇된 구시대적 관료주의 행태에 대해서는 사바세계의 목탁으로서 좌고우면치 않고 일갈할 수 있는 성직자들의 올곧은 몸가짐과 가르침이 강물처럼 흐르는 사회를 다시 한 번 절실히 염원케 한 유익한(?) 산사 음악회였다.


경기헤럴드 기자 / rch2927@korea.com입력 : 2018년 11월 0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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