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발자취>한국의 산사(山寺) 41 계룡산 동학사(충남 공주)
경기헤럴드 기자 / rch2927@korea.com 입력 : 2018년 11월 0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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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한양문화재연구원 이사장 강병학
계룡산 동쪽 문필봉 아래 고즈넉이 자리 잡은 동학사는 우리나라 최초의 비구니 승원으로 그 유래가 매우 깊은 산사이다.
동학사(東鶴寺)는 신라 성덕왕 23년(724)에 상원조사가 암자를 짓고 수행하던 곳에 회의화상이 창건을 했는데 처음의 이름은 청량사(淸凉寺)였다고 한다. 이후에 고려 창건의 주역이었던 도선대사가 중창하고 태조(왕건)를 제향하면서 불사가 크게 일어났다.
절의 이름은 순조14년(1814)에 진인출어동방(眞人出於東方)에서 ‘동’자를 따고, 사판국청학귀소형(寺版局靑鶴歸巢形)에서 ‘학’자를 따서 동학사라고 지었다는 설도 있고, 절의 동쪽에 학 모양의 바위가 있다고 하여 동학이라 지었다는 설도 있다.
동학사는 역사에 충신으로 남은 사람들과 매우 인연이 깊은 절이다. 신라의 충신 박제상(朴堤上)과 조선 창건에 반대하다 억울하게 죽은 고려의 충신인 목은 이색(李穡), 포은 정몽주(鄭夢周), 야은 길재(吉再) - 이 세 사람을 고려의 삼은(三隱)이라 일컫는다. -를 위해 이곳에 삼은단을 쌓고 초혼제(招魂祭)를 지냈다고 한다.
한편 세조 3년(1457)에는 세조가 어린 조카 단종을 폐위시키고 왕위를 찬탈하기 위해 일으킨 계유정란(癸酉靖亂)에서 억울하게 희생당한 사육신(死六臣 : 성삼문·박팽년·하위지·이개·유성원·유응부)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생육신 중 한 사람이었던 김시습(金時習)이 이곳에서 초혼제를 지내기도 하였다.
김시습의 기도가 통하였는지 아니면 수양대군 시절의 죄를 깊이 뉘우친 탓인지 이듬해에는 세조가 이곳에 와서 제단을 살핀 뒤 조카인 단종을 비롯하여 정순왕후(定順王后)·안평대군(安平大君)·금성대군(錦城大君)·김종서(金宗瑞)·황보인(皇甫仁)·정분(鄭奔) 등과 사육신, 그리고 세조의 찬위(簒位)로 원통하게 죽은 280여 명의 성명을 비단에 써서 주며 초혼제를 지내게 한 뒤 초혼각(招魂閣)을 짓게 하였다. 인신(印信: 도장)과 토지 등을 하사하였으며, 동학사라고 사액하고 승려와 유생이 함께 제사를 받들도록 하였다.
그 뒤 영조 4년(1728) 신천영(申天永)의 난으로 절과 초혼각이 모두 불타 없어졌고, 정조 9년(1785) 정후겸(鄭厚謙)이 위토(位土: 묘에서 지내는 제사의 비용을 마련하기 위하여 경작하던 논밭)를 팔아버리자 제사가 중단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고종 1년(1864) 봄에 금강산에 있던 만화 보선(普善)이 이곳에 와서 옛 건물을 모두 헐고 건물 40칸과 초혼각 2칸을 지었는데, 초혼각은 이후 1904년 숙모전(肅慕殿)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그 뒤 경허(鏡虛, 1849∼1912)가 9년간의 수학을 마치고 고종 8년(1871) 동학사에서 강의를 열었고, 1879년에는 이곳에서 큰 깨달음을 얻어 절의 중흥기를 맞이하였다.
현재의 건물들은 모두 6. 25전쟁에 불탄 건물을 1960년대에 새로 지은 것으로 현재까지도 불사가 진행 중이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동학사에는 다른 절에서는 볼 수 없는 홍살문(궁궐, 관아, 왕릉의 입구에 세워놓는 붉은 색의 문)이 있다. 홍살문의 건립은 강력한 숭유억불 정책을 썼던 조선시대에서 국가로부터 인정받은 사역임을 확인하는 표식으로서, 이는 충신들의 초혼제를 지냈던 장소였던 이곳과 죽은 이들에 대한 왕실의 사과와 예우의 의미는 아니었을까 |
경기헤럴드 기자 / rch2927@korea.com 입력 : 2018년 11월 0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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