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발자취>한국의 산사(山寺) ⅩⅥ 설악산 오세암·봉정암(강원도 인제)
경기헤럴드 기자 / rch2927@korea.com 입력 : 2018년 02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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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한양문화재연구원 이사장 강병학
설악산을 사랑하는 산악인들에게 설악 최고의 비경이 어디냐고 질문을 하면 열 중 아홉은 공룡능선(恐龍稜線)과 용아장성(龍牙長城)이라고 할 것이다. 둘 다 2013년에 문화재청에 의해 명승(102호, 103호)으로 지정된 곳인데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암봉들의 수려한 자태가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도 모르게 탄식을 머금을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다.
공룡능선은 공룡의 등과 같이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내설악(內雪嶽)과 외설악(外雪嶽)을 나누는 분기점이자 속초시와 인제군을 나누는 경계이기도 하다. 용아장성은 능선을 따라 불쑥불쑥 솟은 암봉들이 마치 용의 이빨과 같다고 하여 이름 지어 졌는데 내설악 최고의 비경으로 손꼽는 곳이다. 하지만 너무 위험한 구간이 많아 아름다움의 극치를 찾아 이곳을 찾은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은 탓에 현재는 국립공원 관리청에 의해 통제구역으로 묶여 일반인들은 들어갈 수가 없는 곳이다.
이 두 아름다운 능선의 처음과 끝에 오세암(五歲庵)과 봉정암(鳳頂庵)이 자리 잡고 있다. 두 암자 모두 백담사에 속한 암자로 643년(선덕여왕 12)에 창건되었다. 두 암자의 공통점은 같은 해인 신라 선덕여왕 12년에 창건되었다는 것 이외에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 잡은 산사이면서, 가장 아름다운 곳에 위치하고, 가장 가기 힘든 곳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는 암자들이기도 하다. 해발 약 1,500m에 위치하고 있는 이들 암자는 산악인들에게는 앞으로 한참은 남은 거친 산길 중간, 지친 몸에 쉼을 줄 수 있는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존재이긴 하지만 불자들로서는 마음 속 간직한 염원을 기도하기 위해 설악의 험난한 산길로 4~5시간의 고행(苦行)이 필요한 장정(長征)이다. 예나 지금이나 설악산 깊숙하고도 높은 곳에 있는 오세암과 봉정암은 우마(牛馬)나 자동차가 들어가지 못하기에 결국 모든 것을 내려놓고 오로지 자신의 두발로 땅을 밟은 이에게만 그 마음을 허락하고 있다.
봉정암은 봉황의 정수리에 지어진 절이라는 뜻에서 봉정(鳳頂)이라 이름 지어졌는데,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寂滅寶宮 :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안치한 절을 이름) 중 하나이다.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시고 있는 연유로 금당에는 일반 절과는 달리 불상을 모시고 있지 않다.
오세암은 ‘五歲’라는 한자를 보면 그 연원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데, 그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때는 조선 중기, 오세암에는 노스님과 네 살배기 동자가 외로이 절을 지키고 있었는데, 겨울이 다가오자 월동준비를 하기 위해 노스님이 마을로 내려가게 되었다. 스님은 내려가기 전에 며칠 분의 밥을 지어놓고는 “이 밥을 먹고 저 어머니(법당의 불상)를 관세음보살하고 부르면 잘 보살펴 주실 것이다.”하고는 산을 내려갔다. 하지만 장을 다본 뒤에 산 아래 신흥사에 도착하니 눈이 많이 내려 도저히 올라갈 수가 없어 속만 태우다가 결국 다음 해 봄이 되어서야 암자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런데 당연히 죽었을 것이라 여긴 동자가 법당에 앉아 목탁을 치며 관세음보살을 부르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에 연유를 물어보니 불상을 가리키며 저 어머니께서 밥도 해주고 같이 놀아주어 심심하지 아니하였다고 하는 것이었다. 이에 스님은 관세음보살의 신력으로 동자가 살아난 것에 감복하여 암자의 이름을 당시 동자의 나이를 따서 오세암이라 하였다는 이야기가 전해내려 온다.
그 어느 누구도 쉽게 가기 힘든 곳이지만, 오느라 땀을 흘린 그 누구에게나 그 큰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봉정암과 오세암의 미력(美力)에 도전해보기를 추천한다. |
경기헤럴드 기자 / rch2927@korea.com 입력 : 2018년 02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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