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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명퇴자의 갈 곳은 어디...


경기헤럴드 기자 / rch2927@korea.com입력 : 2019년 05월 15일
ⓒ 경기헤럴드


논설위원·전 교장 장세창


희망퇴직(希望退職), 이 네 글자만큼 명퇴를 앞둔 장년층을 고민시키는 것도 없다. 최근 경기가 하강하며 명퇴자 (명예퇴직자)들이 다시금 증가하는 중이다. 사정이 어려워진 회사들은 명퇴를 앞둔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 N년치 연봉을 명퇴금으로 주는데, 이 기회를 놓치면 구조조정 대상이 될 수도 있다. 그나마 받을 수 있던 것도 못 받고 책상을 빼게 되는 셈. ‘명퇴’에 직면한 끄트머리의 장년들은 현실과 희망 사이에서 끝없는 고민에 빠진다.
정부가 개최하는 박람회를 찾아도 뾰족한 수는 보이지 않는다. 명예퇴직 후,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열어 제 2의 인생을 시작하기란 옛말이다. 잘 알려진 프랜차이즈 가맹점들은 서울 및 대부분의 신도시에 포화 상태인데다, 기다린다 해도 오픈 대기자만 수십 명이다. 그마저도 요즘은 점주를 뽑는 가맹점보다 기존 점포 중 매출이 나오지 않는 점포를 구조조정하는 형편이라, 비인기 브랜드가 아니면 프랜차이즈 점주도 어렵다. 급한 마음에 대충 가맹점을 받아 장사를 시작하다가 애꿎은 명퇴금만 날리는 경우도 허다하기 때문이다.
모 보험개발원의 ‘은퇴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40~50대의 56.6%가 은퇴 후에도 자녀부양 부담을 지게 될 것이라고 한다. 정년보다 더 빠른 명예퇴직이 뒤따른다면 어깨는 더욱 무거워진다. 정부는 청년들의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공공기관의 명퇴를 유도하지만, 정작 명퇴자들이 은퇴 후 할 수 있는 선택지의 폭은 좁고도 얕다.
신규 퇴직자를 흡수할 만한 일자리며 출점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자녀부양 부담까지 지게 된다면, 모아 둔 돈만 야금야금 날리다가 결국 끝을 맞고 만다. 사후대책 없는 명퇴 유도가 청년들의 일자리는커녕 가정의 생계까지 위협하게 되는 것이다. 프랜차이즈 사업의 활황기는 1997년 외환위기 직후였다.
당시에는 수많은 퇴직자들이 사장님으로 변신해 자리를 잡았으나,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3억 원을 투자해 창업하면 월 천만 원의 고수익을 올리던 2000년대와는 다르게, 2019년인 지금은 외식 경기도 악화되었고 최저임금은 인상됐다. 원자재비 및 임대료 상승도 매출을 깎는 요건이다.
그 와중 프랜차이즈 본사의 출점경쟁, 갑질논란, 수익저하 등등으로 브랜드 자체관심도도 확 깎인 추세이니, 무분별한 개업이 명퇴자의 무덤이라는 말도 괜히 나온 소리가 아니다. 그럼에도 창업을 원하는 이들은 많다. 아무리 프랜차이즈가 불황이라고 해도, 아예 수입이 없는 퇴직자보다는 일정량의 수입이라도 거두는 점주가 낫지 않을까 해서일게다. 심지어 취업난에 빠진 청년층, 30~40대 구직자까지 창업 전선에 뛰어들면서 명퇴자들의 설 자리는 더 좁아졌다. 지금까지 치열하게 생존경쟁을 헤쳐 왔지만 아직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대부분의 기업이 명예퇴직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않기에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어 허덕이지만 그 청년들을 부양해야 하는 장,노년층의 어깨는 한층 더 무겁다. 힘든 현실과 오래 싸웠고, 잘 싸워 온 명퇴자들을 위한 대책이 하루 빨리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경기헤럴드 기자 / rch2927@korea.com입력 : 2019년 05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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